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완공된 지 채 7년이 되지 않아 수주가뭄의 위기를 맞아 존폐기로에 서있다.

권오갑 부회장은 수주절벽 앞에서 인력감원뿐 아니라 설비감축도 추진하고 있는데 군산조선소 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

◆ 군산시, 현대중공업에 군산조선소 유지 건의서 제출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 등은 21일 현대중공업 울산본사를 방문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하나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들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강환구 사장 등을 만나 군산조선소 유지가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선박건조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7월에 군산조선소에 할당돼있던 액화석유가스(LPG) 선박 2척을 울산조선소 물량으로 이관했다. 울산조선소의 도크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군산조선소가 보유한 작업물량은 내년 1분기면 모두 소화돼 일감이 사라지게 된다.

군산시 관계자들은 군산조선소의 일감이 모두 떨어질 경우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에 700명가량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사내외 협력업체들까지 합할 경우 군산조선소 폐쇄의 피해를 보는 인원은 5천여 명까지 늘어난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최근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의 도크 폐쇄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85개에 이르는 조선소 관련기업들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도크 폐쇄는 현대중공업을 믿고 투자해온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수많은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결정인 만큼 당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11일 군산조선소 도크가 폐쇄될 경우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지원할 ‘군산 조선업 일자리지원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 권오갑, 군산조선소 어떻게 할까

권 부회장은 7월부터 울산조선소에 있는 제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 뒤 현재 이를 선박보수 공간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도크 가동을 중단한 것은 1972년 현대중공업이 세워진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일감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하나  
▲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왼쪽),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특히 제4도크는 현대중공업의 성장에 한 축을 담당했던 곳이라 충격이 컸다. 제4도크는 1977년 길이 382m, 폭 65m 규모로 만들어진 뒤 최근까지 매년 3~4척의 선박이 건조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9월까지 유조선 4척, 가스선 3척, 특수선 2척 등 9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수주가 75%나 떨어졌고 올해 세운 목표치의 14.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권 부회장은 이런 수주절벽 상황을 고려해 도크 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설비감축을 통해 일감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군산조선소의 물량을 서서히 줄인 뒤 폐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일감부족에 따라 생산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며 “가동을 멈추는 도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산조선소 시대를 열었던 최길선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점도 군산조선소 폐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길선 회장은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에 군산조선소 건립을 결정했다. 고향인 군산에 대한 최 회장의 관심이 군산조선소 건립이 추진된 원동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권 부회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도크 폐쇄 등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