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부장 piekielny@businesspost.co.kr2024-07-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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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ETF시장 월배당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10조2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 2조5천억 원에서 1년 사이 4배 가량 늘었다.
▲ 국내 ETF시장에서 월배당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ETF시장 전체 순자산이 100조8천억 원에서 152조6천억 원으로 50% 가량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6월에는 월배당 ETF에서 개인투자자의 상장 당일 순매수 1위 종목도 나왔다.
지난해 7월 출시된 2차전지 ETF가 지녔던 기록이 약 1년 만에 깨진 것인데 작년 가장 ‘핫’했던 2차전지 상품보다 상장 당일 더 많은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만 봐도 월배당 ETF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월배당 ETF는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매월 안정적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월배당 ETF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 매월 ‘배당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배당금이 아닌 분배금을 주는 것인데 매월 1주당 분배금을 마치 배당금처럼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월배당 상품으로 불리고 있다.
커버드콜 상품이 대표적이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특정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면 미래 지수 상승에 따른 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옵션 매도를 통해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도 매월 일정 수준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안정성이 부각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만만찮다.
우선 상품 성격을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라면 차트 움직임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
월배당 ETF 상품 차트를 보면 대부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보면 매월 배당과 함께 투자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월배당 ETF 차트는 일반 주식 종목 차트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월배당 ETF 차트의 일봉은 종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일봉은 종가를 반영하지만 과거 일봉이 변경된다.
분배금을 지급해 분배락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차트 상 과거 종가가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분배금 등이 반영된 수정주가 개념을 차트에 반영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령 월 1퍼센트 배당을 목표로 하는 월배당 상품이 있고 차트 상 1년 전 가격이 1만 원, 현재가격이 1만1천 원이라고 하자.
1년 전 1만 원을 투자했다면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1년 동안 월배당 1200원(매월 1%씩 12개월)에 자본차익 1천 원(1만 원에서 1만1천 원으로 상승) 등 모두 2200원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차트에 적힌 1년 전 1만 원이라는 가격이 매월 분배금이 지급될 때마다 하향 조정된 수정 가격이기 때문이다.
1년 전 1만 원을 투자했던 투자자는 월배당으로 매월 100원씩 1200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겠지만 이를 제외하면 처음 투자했던 원금 1만 원이 담긴 계좌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배금 등이 반영된 수정종가 기준 수익률이 10%에 그쳐 이미 월배당으로 받은 수익률 12%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 국내 ETF시장에 상장돼 있는 월배당 상품 차트. 차트에는 6개월 전인 1월4일 종가가 9587원으로 나오지만 당시 실제 종가는 1만105원이다. 1월4일 종가에 이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는 월 분배금은 받았겠지만 7월2일 종가 1만90원 기준 원금은 0.15% 손실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증권 화면 캡쳐>
이에 전문가들은 월배당 상품을 고를 때 단순히 차트를 볼 것이 아니라 분배금을 포함한 전체 수익률(토탈 리턴)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월배당 ETF 상품 차트는 일반 투자자들이라면 현혹되기 쉬운 방식으로 과거 종가가 수정 조정되고 있다”며 “단순히 차트 움직임과 월배당 규모를 따지기 보다는 전체 수익률을 바탕으로 꼼꼼히 상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배당 ETF는 이밖에도 상승장이 올 때 일반 상품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분배금을 지급 받을 때 세금을 먼저 뗀다는 점, 상품 이름에 적힌 숫자는 목표 수익률일뿐 미래 기대 현금흐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월배당 ETF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에 말한 대로 지수 변동성이 클 때 매월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지속해서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일반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점도 월배당 ETF 전성시대가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국내 ETF시장에는 73개의 신상품이 출시됐는데 이 가운데 21개(29%)를 월배당 ETF가 차지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월배당 ETF는 일반 상품보다 수수료 등 운용보수가 비싸다. 꼼꼼하고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