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금리 기조에 3년 째 허덕이고 있는 카드사들이 올해 하반기 더 큰 비용 부담에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해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보다 더 큰 규모의 카드채 차환 물량과 맞딱뜨리게 되면서다.
▲ 올해 하반기 16조 원가량의 여전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규모는 15조5950억 원으로 파악된다.
2024년 한 해 동안 만기되는 카드채가 약 27조 원 규모라는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만기 물량이 상반기보다 약 4조 원 가량 많은 것이다.
카드업계는 이에 따라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드채는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카드사들은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일반적으로 만기 채권을 차환 발행하는데 현재로서는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28일 기준 여전채 3년물(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연 3.582%다. 3년전과 비교하면 1.7%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는 배경에는 여전히 3.50%라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준금리가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게 점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국은행이 이에 따라 하반기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은 누구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견조한 경기와 여전히 높은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물가에 더해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진 미국과 금리차이, 환율 등 요인이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빨리 내려줄 명분이 부족하다”며 “소비전망과 함께 생각해보면 한국 근원물가가 하반기 소폭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
▲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카드업계가 한동안 무거운 비용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가게에 붙어있는 카드사 로고. <연합뉴스> |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연내 3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던 미국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하 횟수 전망을 연내 1번으로 축소했다.
한국은행도 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당장 기준금리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카드채의 기준이 3년물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시기가 지연되는 만큼 한동안은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확인되기 전까지 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차환)발행금리가 높아져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시기 전망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카드업계에서는 발행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높아 차환 발행에 따라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금리 상황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워 발행 물량을 조절하기 보다는 만기 시점에 맞춰 발행하면서 외화채권, 신종자본증권 등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