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모빌리티쇼서 전기차 '캐즘' 타파 외친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부산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전시관 모습. 전시관 중앙에 캐스퍼 일렉트릭 3대가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부산=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감소)'을 맞아 국내 전기차 시장 둔화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각 완성차 업체들이 캐즘을 타파하고 대중화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8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 마련한 부산모빌리티쇼 브랜드 전시관에는 각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침체기 돌파 전략이 묻어나 눈길을 끌었다.

세계 권역별 전기차 판매 통계를 종합하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6만2593대로 2022년보다 1.1% 줄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작년 연간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한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 5월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5만157대로 전년 동기보다 26.7%나 감소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관측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들어 역성장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1~3월 전년대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6%로 작년 같은 기간 46.4%보다 크게 줄긴 했지만, 판매량 자체의 성장세는 유지했다.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월 현지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23년 42.3%에서 올해 같은 기간 2.1%로 꺾였지만, 여전히 소폭 판매량은 늘었다.

업계에선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 원인으로 높은 가격과 충전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얼리어답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 수요가 소진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침체 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이번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행사 전시차량 가운데 가장 작은 차체를 지녔지만 가장 큰 존재감을 내뿜었다.

현대차는 행사 참여 업체 가운데 최대 면적인 2,580㎡ 규모의 전시공간을 꾸렸는데, 전시관 중앙에 캐스퍼 일렉트릭 3대를 배치했다. 무대 뒤쪽에선 실내 트랙 마련해 캐스퍼 일렉트릭 4대를 활용한 시승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인 내연기관 캐스퍼에 기반한 파생전기차임에도 국내 기준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경쟁 차종인 레이 EV와 비교해 주행거리를 110km나 늘렸다. 그럼에도 가격은 2천만 원 후반대로 레이 EV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전날 열린 언론공개 행사에서 "진정한 전기차 대중화시대는 누구나 쉽게, 합리적으로 전기차가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시대"라며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대중화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를 계기로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부산모빌리티쇼서 전기차 '캐즘' 타파 외친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 28일 부산모빌리티쇼 기아 전시관 모습. 관람객들이 중앙 무대와 그 옆에 전시된 EV3 차량을 관람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부산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에 필적하는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한 기아 역시 전기차 시장 침체기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높은 전기차로 뚫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원정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전날 기아 전시관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서 EV(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V3는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한 볼륨 모델로 지난 4일부터 어제(26일)까지 1만 대가 넘는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바꿀 모델임을 증명했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향후 EV4, EV5 등 전용 전기차를 순차 출시해 기아만의 차별화 상품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이날 문을 연 부산모빌리티쇼 브랜드 전시관 중앙에 EV3를 올려놓고, EV3 특화 공간인 'EV3 존'을 조성, 기아 전시 차종 중 가장 많은 4대의 EV3를 전시했다.

EV3는 기존 국내 판매되던 파생형 소형 전기 SUV 기아 니로 EV와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km로 니로 EV보다 100km 가량 크게 늘었지만, 니로 EV와 비교해 1천만 원 가까이 싼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V4, EV5도 모두 EV3와 같이 상품성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용 전기차로 2025년 상반기까지 차례로 국내 출시된다.

가성비 높은 전기차 신차를 무대 중심에 놓은 현대차·기아와 달리 르노코리아는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하이브리드 신차 '그랑 콜레오스'가 전시관을 장악했다.

이날 르노코리아 전시관에 올라 있는 실차 5대 중 4대가 그랑 콜레오스였다.
 
부산모빌리티쇼서 전기차 '캐즘' 타파 외친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 28일 부산모빌리티쇼 르노코리아 전시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개발 프로젝트 코드명 '오로라1'으로 알려졌던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국내에 내놓는 신차다.

이 차는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2022년 3월 르노코리아 사령탑에 오른 스테판 드블레즈 대표이사 사장은 그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라인업에 전면 배치하고 전기차는 2026년 이후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에도 한국 자동차시장의 80%는 내연기관차로 예상되는 만큼 2026년 이후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6.7%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4.2% 성장했다.

하이브리드차를 매개로 한발 늦춘 드블레즈 사장의 전기차 전환 전략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이 깔린 셈이다.

대표이사 선임 뒤 2년 넘는 기간 동안 신차 공백으로 극심한 내수 판매 부진을 겪어온 드블레즈 사장은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매년 국내 신차를 내놓을 계획을 밝혔다. 

르노코리아가 이번 쇼에서 그랑 콜레오스 4대 외에 전시한 유일한 차량인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이 바로 내년 국내 출시할 전기차다. 다만 이 차는 프랑스 본사에서 들여오는 수입 모델이다. 

그 뒤 2026년에 하이브리드차 오로라2를 출시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2027년 브랜드 첫 전기차 오로라3를 출시하며 전기차 전환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