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8단 고대역폭메모리(HBM3E)에 이어 12단 HBM3E도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오는 3분기부터 차기 고대역폭메모리(HBM)인 12단 5세대 HBM3E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 같은 12단 HBM3E 제품 개발을 마쳤지만, 아직 엔비디아 품질 인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대량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세계 HBM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데 이어 차세대 HBM 대량 양산 속도에서도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8단 HBM3E에 이어 12단 HBM3E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가 3분기 이후로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사진은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삼성전자>
투자정보 플랫폼 인포마켓을 운영하는 강용운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삼성전자는 D램 다이를 재설계하거나 적층 방식을 개선한 뒤 오는 3분기나 4분기에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를 게시했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가 이른 시기에 12단 HBM3E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할 것이라는) 국내 증권 업계 전망과는 다른 관측이 해외 증권업계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받지 못한 HBM 제품은 모두 악성재고로 쌓이게 되는 만큼 실적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HBM은 AI 반도체 제조사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 생산하는 만큼, 일반 D램 등 다른 메모리보다 재고손실 위험이 크다는 것이 김 연구원 분석이다.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앞으로 5년 동안 HBM이 들어가는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AI 반도체 시장에서 75~90% 사이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HBM의 절대적 큰손이다. 엔비디아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HBM 공급 기회가 그만큼 사라진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HBM 테스트는)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속도, 발열, 전력소모량 등 성능을 종합적으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종전처럼 탈락 요인만 검사하는 것이 아닌 종합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며 “마지막 테스트 탈락 후, 다시 테스트를 신청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또다시 테스트를 마치는 데까지도 수십 일의 검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중 12단 HBM3E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 통과에 따를 대량 양산 전에 소규모 양산을 시작했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 SK하이닉스의 HBM3E. < SK하이닉스 >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를 오는 3분기 양산한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8단 HBM3E 품질인증 테스트를 통과한 만큼 12단 제품 인증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도입한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는 신규 보호재를 이용해 방열 특성을 10% 개선하고 더 적은 열과 압력을 이용해 굳힐 수 있어 12단 이상 고단 적층을 돕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12단 HBM3E를 개발,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양산해 ‘HBM 실기’를 극복하고,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2단 HBM3E는 용량이 36GB로 8단 제품(16GB)의 2.25배에 이른다. 고용량 제품으로서 GPU 사용량을 줄여 기업들의 AI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3E 선제 생산으로 HBM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HBM 공급처 다각화에 적극적인 만큼, 삼성전자의 인증 테스트 통과와 HBM 납품이 지나치게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납품업체가 3개사에 불과한 만큼 곧 납품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언급되는 품목 공급이 어려워도 차세대 제품은 납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가 HBM의 후발주자인 만큼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