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이사회의 역할을 주문하며 압박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하는 데 경영상 핵심적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주주를 대신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명하게 판단해 경영진에 조직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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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 위원장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조와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단독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도록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금융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뒤이어 고용노동부는 8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임 위원장은 “경영진들은 이사회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객관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달라”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성과연봉제의 부작용 사례에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최근 웰스파고 사례를 들어 성과중심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웰스파고의 경우 판매목표 할당제 폐지 등 성과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성과연봉제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한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는 최근 고객명의를 도용해 200만 개에 이르는 허위계좌를 만든 정황이 드러나 1억8500만 달러(2087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웰스파고의 허위계좌 사태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위원장은 “직무 성과중심 보상이 이미 정착된 선진국과 호봉제가 90% 이상인 우리와의 간극을 직시해야한다”며 “성과연봉제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 합리적 성과연봉제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9개 금융공공기관장이 참석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반박성명을 내놓고 “상반기에 금융공기업들은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며 “임 위원장이 민간 은행에까지 불법 이사회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이사회 의결은 노동조합법상 명시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위반한 위법행위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법률투쟁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과반수가 넘는 근로자의 동의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