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4-06-26 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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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위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서 거대 자본력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밀리고 있는 카카오가 LLM 개발 투자보다는 AI 응용 서비스 쪽에 사업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26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AI용 LLM 개발 투자보다는 LLM을 카카오톡 등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해 수익을 늘리는 'AI 응용 서비스'에 사업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 카카오가 지난 3월 정신아 대표이사(사진) 체제 출범 뒤 AI 조직을 본사 중심으로 개편하며, AI 응용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지난 21일 카카오 자체 LLM 모델인 ‘코GPT 2.0(코GPT)’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와 일부 개발 진이 퇴사했는데, 카카오가 AI 사업 방향을 전환한 데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회사는 지난 3월 정신아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 뒤, AI 조직을 본사 중심으로 개편했다. 카카오는 지난 5월2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카카오브레인의 AI 사업 전반을 카카오 본사로 흡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카카오브레인 조직을 흡수한 뒤, 지난 11일 본사 AI 전담 조직인 ‘카나나’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카나나는 AI 모델 구축에 집중하는 ‘카나나 알파’와 AI 서비스 중심 조직 ‘카나나 엑스’로 나뉜다.
회사는 카나나 엑스 조직을 맡길 수장으로 지난 3월 이상호 전 SK텔레콤 CTO를 전격 영입했다. 그는 앞으로 카나나 엑스의 프로덕트오너(PO)로서 AI 모델을 카카오톡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에 접목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대표로 선임된 뒤 거대 LLM 개발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기보다 카카오 서비스 장점을 살려 일상 속 AI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5월16일 주주 서한에서 “카카오는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대규모 모델(LLM) 연구 개발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카카오만의 차별점인 관계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살려 AI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AI 일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월 이용자 4870만 명인 카카오톡을 활용해 이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했다.
카카오의 코GPT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같은 LLM이다. 카카오는 지난 4월 국내 IT기업 최초로 글로벌 오픈 소스 커뮤니티인 ‘AI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등 LLM 개발 의지를 계속 내비쳤다.
하지만 회사가 당초 코GPT를 지난해 개발을 끝내기로 했지만, 계속 개발 완료 시기가 늦어지면서 코GPT 개발과 투자에서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 측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대규모 언어모델(LLM) 구축보다 응용 AI 서비스 사업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국 매체 벤처비트 홈페이지 모습. <벤처비트>
최근 모든 IT 기업들이 LLM 구축에 투자할 게 아니라 이용자에 효용을 주는 AI 응용 서비스 사업에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관련 업계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 LLM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자본력과 싸워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LLM 독자 개발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LLM을 활용해 누가 수익성 높은 AI 서비스 사업 모델로 성공하느냐가 향후 AI 서비스 시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외신 벤처비트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라마 2’와 같은 LLM 기반 AI 서비스는 월 5400달러 수준의 비용을 투자하지만, 기업에 월 20달러 수준의 요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도 자체 LLM 구축보다 오픈AI, 구글 등 기존 LLM 개발 업체들과 협력하는 사업 모델로 방향을 잡았다. 기존 LLM을 애플 생태계에 접목해 실제 수익을 내는 AI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국내 AI 산업계에서도 대규모 LLM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비용 효율적인 사업 맞춤형 경량 언어모델(SLM) 개발이나, AI 응용 서비스 투자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2024년 6월 발간한 보고서 ‘AI 선도 국가를 위한 경기도 역할과 정책과제’를 통해 클라우드나 AI 플랫폼은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글로벌 빅테크가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기업은 AI 반도체와 경량화된 AI 플랫폼, AI 응용 서비스 등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산업은 단순히 생성형 LLM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범용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적 가치는 AI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 측은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 AI 사업 부문을 양수하며, AI 서비스의 실적 기여도를 높일 것”이라며 “올해 카카오의 AI 서비스 영업이익은 49.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