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성통상이 유가증권시장 입성 49년 만에 비상장 회사로 돌아간다.

신성통상 최대주주 가나안은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회사를 상장폐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목적이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성통상 49년 만에 비상장회사로, 염태순 오너일가 향한 배당 본격화하나

▲ 신성통상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지 49년 만에 비상장회사가 된다. 일각에서는 신성통상 자진 상장폐지 이후 오너일가를 향한 배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신성통상은 10년 넘게 배당하지 않다가 지난해 소액 배당만 실시하며 소액주주들의 항의를 받았던 기업이다.

앞으로 비상장회사로 돌아가면 3천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소액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본격적으로 오너일가에게 배당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을 염두에 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떠오르고 있다.

21일 신성통상에 따르면 이날부터 7월22일까지 회사의 최대주주, 2대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신성통상 보통주 22.02%(3164만4210주)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1주당 2300원이다. 신성통상 보통주를 예정대로 모두 사들이는 데 약 728억 원이 들어간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사전협의에 따라 신성통상 주식을 6대 4의 비율로 나눠 매수하기로 했다. 단수주가 발생하는 경우 가나안이 1주 더 매수한다.

이들이 세운 계획대로라면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 주식을 각각 55.31%, 26.47% 보유하게 된다. 기존보다 지분율이 각각 13.21%, 8.81% 늘어나는 것이다.

신성통상의 나머지 지분들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들이 나눠 들고 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이유로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신성통상에 대한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고자 함에 있다”며 “신성통상 경영활동의 유연성,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신성통상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공개매수 이후 신성통상을 매각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가까운 장래에 제3자에게 양도하기로 합의하거나 계획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적으로 살펴보면 신성통상을 상장기업으로 유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진 상장폐지하려는 것일 수 있다.

가나안과 에이패션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이미 신성통상 지분 7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총회의 실효성이 없을뿐 아니라 유통 주식 수도 적어 상장의 주요 이유인 자금 확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과거 신성통상의 행보를 볼 때 자진 상장폐지의 이면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들도 상당하다.

신성통상은 노재팬 운동에 따른 국내 SPA 브랜드의 반사이익, 코로나19에 따른 패션 보복소비 등으로 최근 수 년 동안 실적이 고공행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10년 넘게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신성통상은 국내 대표 SPA 브랜드인 탑텐을 비롯해 올젠과 지오지아, 앤드지 등 여러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계열사 에이션패션은 패션 브랜드 폴햄을 유통하고 있다.

실제로 배당의 원천이 되는 이익잉여금만 봐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성통상이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2012년만 하더라도 712억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111억 원까지 꾸준히 쌓였다.

물론 이익잉여금이 곧 배당가능이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익잉여금의 꾸준하게 상승한 배경에 10년 넘게 이어온 무배당 정책이 한 몫을 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 시기 신성통상이 손익 측면에서 크게 휘청댄 것도 아니다. 신성통상은 제56기 사업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426억 원, 영업이익 1441억 원을 냈다. 직전 사업연도보다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소액주주들이 이러한 신성통상의 배당 정책과 관련해 지난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신성통상이 10년간 이어가던 무배당 기조를 깨고 지난해 보통주 1주당 50원씩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도 이런 주주들의 목소리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성통상이 지난해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모두 72억 원가량이다.
 
신성통상 49년 만에 비상장회사로, 염태순 오너일가 향한 배당 본격화하나

▲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이런 흐름들을 살펴봤을 때 자진 상장폐지의 목적이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기회에 신성통상을 비상장기업으로 돌린다면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신경쓸 이유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배당과 관련해서도 보다 자유롭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신성통상 주식을 공개매수하려는 최대주주 가나안은 신성통상 오너일가인 염태순 회장과 그의 아들인 염상원 이사가 지분 92.43%를 보유한 가족기업이다.

신성통상 2대주주이자 가나안의 3대주주인 에이션패션 역시 염태순 회장이 지분 53.3%, 가나안이 지분 46.5%를 가진 기업이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신성통상 지분을 모두 공개매수하게 되면 사실상 오너일가가 신성통상을 완전 지배하는 구조를 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신성통상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적극적 배당에 나선다면 오너일가가 얻게 되는 이득도 상당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은 이미 회사의 공개매수 절차에 반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오프라인 등에서 별도 모임을 추진하려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신성통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공개매수 가격을 1주당 2300원에 잡은 것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에 상장된 유통업계의 평균 ROE는 5에 불과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