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SK그룹, 최창원 계열사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도 ‘메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SK그룹 계열사 통·폐합과 인력 조정에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 사업 재편을 총괄하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계열사 통폐합과 임원 축소 등 인력 조정을 위한 수술에 들어갔다.

최 의장은 지난해 말 기준 219개까지 늘어난 계열사들을 통·폐합하는 것과 동시에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 축소,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비주력 사업 부문과 해외에 다방면 투자했던 지분 매각도 하반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8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주요 계열사들의 임원진 비정기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실적부진을 이유로 그룹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고,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지난 5월에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전격 교체됐다.

게다가 C(Chief) 레벨 이외 임원진을 대상으로도 상당 폭의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현재 임원을 대폭 감축하는 한편, 일부 임원들을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해임 통보를 받은 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를 비롯한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주요 SK 계열사에서 조직 슬림화가 추진돼왔다”며 “SK온은 C레벨 직군 일부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새 급격하게 늘어났던 계열사도 대폭 줄인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되지 않는 계열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는 219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두 번째로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카카오(128개)보다도 91개가 많다. 삼성그룹(63개), 현대자동차그룹(70개), LG그룹(60개)보다는 3배 이상 많다.

과거 대내외 환경이 좋았을 때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계열사가 증가한 것이데, 이 가운데 수익을 내지 못하고 그룹에 부담을 주고 있는 곳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 의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안을 비롯해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상반기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SK매직 가전사업부 매각과 같이 비주력 사업이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적극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계열사는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11번가 등이 있다.

또 유력 매각 계열사로는 SK스페셜티(특수가스 제조기업), SKT&I(트레이딩 기업), SK엔텀(탱크터미널 기업), SK일렉링크(전기차충전 기업), SK어드밴스드(프로필렌 제조기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수술대 오른 SK그룹, 최창원 계열사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도 ‘메스’

▲ SK그룹이 2024년 하반기 비주력 계열사 정리와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SK본사인 서린빌딩 모습. <연합뉴스>


그룹 투자 전문회사인 SK스퀘어는 총 23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SK하이닉스 등 일부 주력 계열사를 제외하고 투자를 모두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의장은 이미 지난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환경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예고했다.

SK가 2018년에 사들였던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 매각 협상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투입했던 금액은 4억5천만 달러(약 5300억 원) 규모였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알려진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2019년 빈그룹 지분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에 인수했다.

SK그룹은 2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업재편을 포함해 계열사 지분 매각, 인력 재배치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디지털사업, 배터리·수소·바이오 등 친환경 그린 사업을 두 축으로 하는 비즈니스 구조로 재편,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비주력 사업은 적극 매각해 그룹의 자금 숨통을 틔울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오너 일가 경영진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 등 200여 그룹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