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상장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다시 한 번 부실 기업공개(IPO) 논란의 중심에 섰다.

취임 초반 호실적으로 웃었던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빠르게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파두에 이노그리드까지 더해졌다, 한국투자증권 IPO 신뢰 회복 시험대

▲ 한국거래소는 18일 시장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사를 맡은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18일 제10차 시장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를 뒤집은 것은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IPO의 최후 승부처로 꼽히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 마지막 날에 상장승인이 취소 되면서 더욱 시장의 혼란이 컸다. 이노그리드는 19일 수요예측을 마친 뒤 24~25일 일반청약을 거쳐 7월 초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된 것은 이노그리드가 상장심사 신청서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는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현재 최대주주 사이의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에 관한 분쟁에 놓인 상황이다. 

당초 상장 준비과정부터 불안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2월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뒤 올해 1월 심사를 통과했다. 원칙적으로 45거래일이 걸리는 거래소 심사를 무려 1년여 만에 통과한 것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에도 실적추정치의 현실성 등 문제로 신고서를 7차례나 정정하면서 올해 기업공개에 나선 기업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가장 많이 정정요청을 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예비심사 승인 뒤 효력 불인정에 따른 시장혼란을 고려해 재발방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며 “현재 1년으로 정해진 상장심사 신청 제한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거나 서식을 개정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두에 이노그리드까지 더해졌다, 한국투자증권 IPO 신뢰 회복 시험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파두의 공동주관 이후 ‘뻥튀기 상장’ 논란에 집단소송까지 번져 있는 상황에서 부실 IPO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 부담이 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IPO 부문에서는 단 한곳의 상장만을 주관하며 업계 5위를 기록했다. 기존 IPO 전통 강자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파두사태 이후 IPO 업무에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6월 대목을 맞아 대다수 종목의 IPO를 주관이 예정되면서 시장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올해 1분기 좋은 출발을 알렸던 김성환 사장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상장업무와 관련해 더욱 까다롭게 심사하는 가운데 주관사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초대 기업공개(IB) 그룹장 출신으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대형 IPO를 주관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IPO 경쟁력을 알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금융당국도 최근 IPO 업무에 있어 상장주관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6월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기업실사, 가치평가 기준을 제정해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련 금융투자업개정은 3분기, 주관사 업무에 대한 실태점검은 4분기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노그리드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직접투자도 단행했던 만큼 일정부분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시점이 최소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도 크게 밀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2차례에 걸쳐 8만1191주(공모 후 1.79%)를 취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장 철회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