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유럽에 K방산주 예열, 한화에어로 LIG넥스원 현대로템 쌓이는 모멘텀

▲ 유럽의회 선거 결과 정치지형으로 우파 쪽으로 기울라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의 정치지형이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K-방산주의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안보를 기치로 내건 유럽의 우파정당들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전세계 군비 확대 분위기가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일 유럽연합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의 ‘2024-2029 전략적 의제 초안’을 분석한 결과 향후 유럽에서는 군비 확산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5년마다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 이후 향후 5년의 정책 방향을 설정해 회원국들에게 안내한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9일 선거 이후 유럽연합 12일 회원국에게 ‘2024-2029 전략적 의제 초안’을 보냈다.

이번 초안에 담긴 ‘강하고 튼튼한 유럽’이라는 의제 안에는 “지금보다도 더 크게 군비 지출을 늘리겠다”, “무기시장을 통합하고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실시해 방산업을 확대하겠다”, “이를 위해 유럽 밖 파트너국들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문장이 명기됐다.

지난 2019년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배포된 초안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당시 초안에는 ‘친환경’, ‘국경과 이민 정책’, ‘경제 활성화’ 등이 주요 의제로 설정됐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과 함께 유럽연합 내 우파 세력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우파 정당은 보다 근본적 측면에서 강력한 국방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이번 선거에서 세력을 크게 키운 유럽보수와개혁당(ECR)의 2번 공약은 ‘강한 국방력’인데 군비지출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럽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주요 지역으로 꼽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방산 지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4자리를 유럽국가(영국, 독일, 우크라이나, 프랑스)가 차지했다.

유럽의 군비 확대는 국내 방산업체의 유럽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방산업체는 이미 독일, 폴란드 등과 탄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 주가도 지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에프엔가이드의 K-방위산업지수는 전세계 군비 확장이 나타날 때마다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대표 방산주를 주로 담고 있는데 2022년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6개월 동안 약 40% 상승했다.
 
‘우향우’ 유럽에 K방산주 예열, 한화에어로 LIG넥스원 현대로템 쌓이는 모멘텀

▲ 12일 배포된 '2024-2029 전략적 의제 초안'(왼쪽). 군비 확충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반면 5년 전 배포된 의제(오른쪽)에서는 경제활성화, 친환경 등의 주제가 중심이 됐다. <유럽연합 이사회 자료 캡처>

마찬가지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또 다시 39%가량 올랐다.

K-방산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 받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도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8일 ‘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산 무기 판매에 대항하는 데 한국산 무기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국내 방산이 빠른 납기일과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6일 ‘한국이 미국보다도 빠르고 저렴한 무기들을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국내 방산업계의 강점을 조명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도 지난해 3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군비 확산의 수혜를 한국이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워,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주를 향한 긍정적 보고서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군비 증가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들은 유럽 수출 확대, 수주 및 실적 개선과 함께 편안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루마니아에 1조1천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를 수출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또 4조 원 이상의 레드백 장갑차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의 실적 흐름을 볼 때 항공우주 부문 대비 지상 방산 부문의 실적 강세가 확인된다”며 “지상 방산에 강점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루마니아에 신궁과 천궁 미사일 수출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며 “현대로템은 연내 폴란드에 약 4조5천억 원 이상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