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 가전 사업은 통상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내고 하반기 악화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성이 옅은 냉난방공조(HVAC) 사업 매출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와 함께 가파르게 커지면서 상반기에 편중된 실적 구조를 완화하고, 사업 안정성이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냉난방공조 사업 급부상, 가전 사업 실적 ‘상고하저’ 흐름도 바뀐다

▲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 성장에 힘입어 통상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내고 하반기에 악화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LG전자의 미국 보스턴 HVAC 아카데미 모습.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올해 하반기 HVAC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강호 신한증권 연구원은 H&A사업본부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659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수 LS증권 연구원도 H&A사업본부가 하반기 영업이익 666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하반기(3890억 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70% 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H&A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약 1조6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하반기 660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더해 올해 총 2조2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만 연간 영업이익의 약 70%가 몰리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같은 상고하저의 영업이익 흐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H&A사업본부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6190억 원을 거뒀다. 하반기 영업이익은 389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의 80% 이상이 상반기에 몰렸다. 

이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력 프리미엄 가전의 신제품 출시가 상반기에 몰려 있는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컨 등 대다수의 소비자 가전은 특정 계절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HVAC는 기업간거래(B2B) 중심 사업인 만큼, 계절적 영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HVAC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 가전 사업의 상고하저 흐름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LG전자 냉난방공조 사업 급부상, 가전 사업 실적 ‘상고하저’ 흐름도 바뀐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B2B사업을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LG전자의 HVAC 매출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도 AI 데이터센터 업체의 냉각 시스템 수요 증가에 따라 매출 증가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전력 소비량과 서버 효율 유지를 위한 열 관리의 중요성에 고효율·고성능 냉각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LG전자 HVAC 매출은 2023년 4조2천억 원, 2025년 5조3천억 원, 2027년 6조3천억 원으로 2년마다 매출이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LG전자는 HVAC를 B2B 사업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미국, 인도 등 세계 43개 국가, 62개 지역에 HVAC 아카데미를 갖추고 매년 3만 명이 넘는 냉난방공조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3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B2B 사업을 꼽았다. 

조 사장은 B2B 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최고수준 종합공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