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언론 "중국의 유럽산 농축산물 반덤핑관세 조사, 전기차 관세 철회 목적"

▲ 1월25일 프랑스 일드프랑스 에손주 에탕프에서 농민들이 트랙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시 22개국 농민들은 유럽연합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식의 시위를 수 개월 동안 벌였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이 유럽연합(EU)산 돼지고기에 반덤핑 조사를 벌이는 이유가 유럽 농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여론을 조성하게끔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폭탄 관세’를 매긴 상황에서 전기차 무역으로 맞불을 놓는 대신 축산업에 타격을 줘 이를 철회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중국 무역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강력한 정치적 로비 집단인 유럽 농민들을 움직여 전기차 관세를 되돌리고자 하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유럽연합이 원산지인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을 대상으로 17일부터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12일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최대 38%의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지 5일 만에 결정된 일이다. 

이를 놓고 중국으로 돼지고기 판매가 필요한 농민들이 무역 분쟁에 반대하도록 자극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 하여금 전기차 추가 관세를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이 담겼다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이 수입하는 돼지고기 물량 가운데 유럽산은 최대 수출국인 스페인을 필두로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농부들은 중국에 돼지고기 판매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라고 짚었다. 

중국이 유럽과 무역 분쟁에서 농민들의 반대 여론을 조성해 중국에 불리한 조치를 없앴던 선례도 있다. 

유럽연합이 2013년 중국산 태양관 패널에 11.8%의 관세를 부과하자 유럽에서 수입하는 와인에 관세를 매기는 안을 검토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유럽 각국 정부들은 여론에 못이겨 유럽연합 지도부를 설득해 태양광 관세를 없던 일로 했다. 

중국은 현재 돼지고기 외에도 프랑스로부터 수입하는 코냑을 포함한 유럽산 증류주도 반덤핑 조사 품목에 넣어 둔 상황이다. 

다만 유럽 태양광 산업이 관세 철폐 후 중국산 저가 패널 공세로 쇠퇴 일로를 걸었다는 점을 근거로 유럽연합이 농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전기차 관세를 되돌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전기차 산업이 태양광과 같은 운명을 겪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