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차세대 '하이퍼NA' EUV도 속도 낸다, AI 반도체 공급망 주역으로 부상

▲ ASML이 하이NA EUV 장비를 상용화한 데 이어 차세대 하이퍼NA 장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SML의 하이NA EUV 반도체 장비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반도체 기술 발전 수요에 맞춰 첨단 노광장비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 기업들의 미세공정 기술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며 ASML이 엔비디아와 TSMC를 뒤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기업으로 입지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에 따르면 ASML은 차세대 ‘하이퍼NA’ 극자외선(EUV) 장비로 파운드리 미세공정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ASML은 최근 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기관 IMEC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최초로 하이퍼NA EUV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상용화된 하이NA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다.

하이NA EUV는 올해 인텔 미국 반도체공장에 처음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TSMC와 삼성전자의 연구센터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순차적으로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신기술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주로 쓰이는 기존 EUV 장비와 비교해 2나노 미만의 더 발전한 파운드리 공정에서 반도체 성능과 생산성 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ASML은 당초 하이NA 기술이 앞으로 10년 동안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하이퍼NA EUV를 2030년 전후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과 출시 속도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첨단 파운드리 신기술 도입에 이전보다 더 속도를 내며 ASML의 기술에 의존을 높이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은 미세공정 기술 상용화에 수 년 전부터 치열한 속도전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이 이른 시일에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한동안 유력하게 나왔다.

최신 반도체 미세공정은 대부분 고성능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활용됐는데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 발전을 이뤄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이 글로벌 IT업계에 퍼지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공지능 시장은 단숨에 첨단 파운드리 핵심 수요처로 급부상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모두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으로 성장 기회를 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한층 더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

ASML이 최근 TSMC에 연말까지 하이NA EUV 장비 공급을 확정지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SML 차세대 '하이퍼NA' EUV도 속도 낸다, AI 반도체 공급망 주역으로 부상

▲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 홍보용 이미지.

TSMC는 그동안 하이NA 장비를 서둘러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을 보이며 기존의 EUV 장비로도 2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인텔이 세계 최초로 하이NA EUV를 설치해 상용화를 추진하며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나서자 TSMC도 뒤늦게 신형 반도체 장비 물량 수급에 나선 셈이다.

ASML이 하이NA 장비를 상용화한 지 수 개월만에 차세대 하이퍼NA EUV 개발 소식을 알린 것은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경쟁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바탕에 두고 있다.

하이퍼NA 장비 출시 시기를 앞당기더라도 주요 고객사에서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EE타임스는 “ASML의 이번 발표는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에 큰 놀라움을 안겼다”며 “고성능 반도체 설계 기술에 한계를 뛰어넘도록 할 잠재력을 갖춘 장비”라고 평가했다.

ASML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장비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위탁생산 수주 증가에 따라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고 있다.

인공지능 시장이 성장할수록 ASML이 엔비디아 또는 TSMC와 같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필수 기업으로 급부상하는 시기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엔비디아는 현재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 등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의 약 90%를 책임지는 기업이다. 해당 GPU는 모두 TSMC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TSMC가 인공지능 GPU를 생산하려면 ASML의 EUV 장비가 필수로 쓰인다. 결국 이 기업들이 관련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 성장에 수혜를 독식하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AMD와 인텔, TSMC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각각 라이벌로 두고 있는 반면 ASML의 EUV 장비는 잠재적 경쟁 상대마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우위를 갖춘 제품이다.

결국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ASML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E타임스는 “TSMC와 인텔,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하이NA EUV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이NA와 차세대 하이퍼NA 기술이 차례대로 반도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