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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오른쪽)이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위치한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방문해 톰 커언스 기아차 미국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와 콘셉트카를 살펴보고 있다. |
정몽구 회장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원화강세에 현지생산 부족까지 겹치면서 미국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반면 일본 완성차기업들은 엔저효과 덕에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제값받기와 중형차 판매확대를 주문했지만 현지 생산능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은 5일 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미국판매법인 신사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 5월 이후 15개 월 만이다.
이번 출장에 양웅철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김용환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신종운 품질담당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수뇌부가 모두 동행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지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미국시장 상황과 마케팅 전략 등을 점검했다.
◆ 정몽구 “제값받기 노력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은 회사를 믿고 역량을 쏟아 부어준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제값받기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미국 자동차시장의 변화 앞에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며 “경쟁회사가 할인정책을 펼친다고 지금껏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제값받기 노력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인 중대형차 판매확대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시장에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고장력 강판이 대거 적용돼 차의 기본 성능을 크게 높인 차”라며 “이러한 중대형 신차들의 판매를 늘려 환율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면 미국시장에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기아차 미국법인에 들러 업무보고를 받은 뒤 “앞으로 미국시장에 출시될 카니발, 쏘렌토 후속 등 신차들에 대해서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 원고엔저 탓에 일본차보다 성장률, 수익성 모두 뒤쳐져
원고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일본차 따라잡기에 제동이 걸렸다. 정몽구 회장이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미국을 방문해 일본차 공세에 맞설 대응책을 논의한 것도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7월 미국 시장에서 모두 11만9320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의 7월 판매증가율은 시장 평균보다 5.5% 포인트 낮은 3.7%에 그쳤다.
반면 일본차는 엔저효과 덕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완성차기업들은 올 7월까지 미국시장에서 모두 360만 대 가량을 팔았다. 일본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 늘어 시장 평균성장률을 웃돌았다.
원고엔저 탓에 현대기아차의 수익률도 일본차보다 뒤쳐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줄곧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를 보였지만 올 2분기 도요타에 영업이익률 순위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차는 올 2분기 매출 22조7526억 원, 영업이익 2조872억 원으로 9.2%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반면 도요타는 1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현대차를 앞질렀다. 도요타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조 원, 6조9천억 원 수준이다.
최원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 하락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반해 도요타는 원가절감과 일본 및 아시아 내 신모델 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고 엔저현상이 지속돼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미국시장 숨통 틔어줄 현지공장 확충은 언제?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겪고 있는 성장정체와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현지 생산능력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일본차의 공세 탓도 있지만 현지 생산능력이 부족해 시장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긴 건 오래 전 일이다.
또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남미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현지공장 신설이 시급하다. 현대차는 올 7월까지 브라질시장에서 모두 13만589대를 팔아 르노를 제치고 브라질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 누적 판매순위 5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현재 멕시코에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 공장을 짓기 위해 현지 주정부와 논의중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현지 생산능력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멕시코 생산제품은 북미지역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고 기아차 입장에서 무관세 혜택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멕시코공장 건립은 북중미지역 기아차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