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6-10 13: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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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올해 세운 해외건설 수주목표 달성을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지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인프라 및 석유화학·가스시설 발주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 9년 만에 해외 수주 400억 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 정부가 올해 세운 400억 달러 해외수주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10일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해외에서 136억4천만 달러(248건)의 수주를 올렸다.
5월까지 누적 수주를 기준으로 2023년 86억7천만 달러(248건)보다 57.3%, 최근 5년 평균 105억7천만 달러(236건)보다 29.0% 늘어난 수치다.
올해 누적 해외수주액은 중동이 99억8천만 달러로 73.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북미·태평양이 15억3천만 달러(11.2%), 아시아 14억9천만 달러(11.0%) 등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81억5천만 달러로 비중 59.8%을 차지해 1위에 올랐고 이어 미국 15억1천만 달러(11.1%), 카타르 12억2천만 달러(9.0%) 등 순서로 나타났다. 텃밭인 중동 지역 위주로 수주고를 쌓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형 수주건이 적지 않은 만큼 9년 만에 해외수주 4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레 나온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과 대우건설이 수의계약으로 딸 가능성이 높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3조 원) 등이 수주가 유력한 프로젝트들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코즐로두이 원전을 통해 7조 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가스전 및 석유화학 플랜트, 인프라 공사 등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반가운 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35억 달러) 등 수주가 기대된다”며 “2025년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화학 및 가스 프로젝트 수주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수주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발주 환경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현금 보유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옴시티 프로젝트 추진에 여러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옴시티의 간판 사업인 더라인 프로젝트는 애초 170km로 기획됐으나 2030년까지 2.4km만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파이살 알 이브라힘 사우디아라비아 기획부 장관은 지난 4월 시장상황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중심으로 우선순위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발주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는 지난 7일 주식 매각을 통해 112억 달러(15조 원)를 확보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아람코의 미래 투자계획이 다시 확인됐다.
아람코는 2030년까지 가스생산량을 60% 늘리고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화학제품으로 생산하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람코는 설비투자(Capex)를 2026년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3년 동안 석유·가스·석유화학 58개, 유통(미드스트림) 22개, 해양 인프라 19개 등 99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5월 말까지 해외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로 5위에 그쳤으나 앞으로 우리기업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5월29일 우리나라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체결됐고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300억 달러 투자 공약을 재확인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애드녹(ADNOC)은 아부다비 알-다프라 지역 루와이스 산업도시에 건설 예정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관련 상업입찰서를 지난해 12월29일까지 접수했다. 이 프로젝트 전체 사업비는 45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현대건설이 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는 2030년까지 220억 달러(28조 원)를 투입해 세계 최초 탄소배출 제로 도시인 마스다르 신도시를 짓는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대규모 클러스터 공사를 진행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이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지어 사업적 협력관계를 갖췄고 SK그룹은 무바달라와 지난해 1월 파트너십을 체결한 만큼 수주 기대가 크다.
이라크도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매체 자우야(ZAWYA)에 따르면 이라크는 2024년 전후복구 인프라 및 석유화학 프로젝트 등에 420억 달러를 할당하기로 했다.
이라크는 석유판매에 따라 예산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예산안은 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와 하루 350만 배럴 생산량을 전제로 책정됐는데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보이고 있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한화 건설부문이 진행하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2027년까지 10만 세대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로 14조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한화 건설부문은 주택 3만 세대 관련 잔여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남은 7만 세대 조성 공사를 놓고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연말까지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제유가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재정여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주요 산유국(OPEC+)이 지난 2일 회의에서 단계적 감산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석유 수요가 안정적으로 회복돼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OPEC+는 200만 배럴 공식 원유 감산량을 2025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등 8개국이 참여한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은 올해 9월 이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의 자발적 감산에 관한 시각이 당장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 연준 등 정책금리 인하로 인한 석유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이번 OPEC+ 회의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를 전면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남겨뒀고 미국 리그카운트도 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미국 에너지관리청(EIA)는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보고 있는데 이는 중동 주요국가 재정균형유가 수준을 넘는 것이다. 산유국 재정 여건이 개선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된다.
참고로 배럴당 재정균형유가 수준은 사우디가 79.7달러, 오만 54.8달러, 쿠웨이트 63.8달러, 아랍에미리트 58.3달러, 카타르 42.2달러 등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페트로넷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두바이(Dubai)유는 배럴당 80.12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75.53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간 평균치는 각각 84.27달러, 79.70 달러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