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회사채 9400억 원의 만기를 막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올해 상반기에 이해당사자 모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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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참석해 의원 심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4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이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을 세운 만큼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게 아닌 만큼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 원의 회사채는 대우조선해양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월 4400억 원, 7월 3천억 원, 11월 2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3500억 원, 600억 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신용등급이 BB+로 낮아진 상태로 회사채 재발행을 통한 상환이 불투명하다.
신규자금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사상 최악의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들어 수주한 금액은 13억 달러에 그친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옥 매각 등 자구안 이행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지만 지금까지 자구안 이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1조 원도 채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우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원하기로 한 4조2천억 원 가운데 아직 집행되지 않는 1조 원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운영자금이 6개월 뒤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법정관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맞게 될 후폭풍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이해당사자 모두의 고통부담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자율협약은 강제성 없이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은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채권단 지원만으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게 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역시 올해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내건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을 모두 이행했다. 한진해운도 같은 절차를 밟았지만 내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채권단과 대우조선해양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고강도 자구노력, 시중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총대를 메고 자금을 투입한 만큼 국책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의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부실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 비율만큼 추가대출금을 분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해외 발주처들이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자율협약을 사실상 도산으로 간주해 계약을 취소하거나 채권단에 선수금환급보증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섣불리 자율협약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치자 2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더 마련하는 비상계획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안에 3천 명을 내보내기로 했고 추가 설비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