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7번째)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7번째) 등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감독원> |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여겨진다.
4대 금융 주가는 밸류업 기대감에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많은 곳은 50%, 적은 곳은 10%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71% 내렸다. 4대 금융 주가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4대 금융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주가 부양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특히 주가 부양의 열쇠를 쥔 것으로 여겨지는 외국인 주주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4대 금융은 개별 투자설명회(IR)를 활발히 열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춘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알렸다.
몇몇 금융지주 회장들은 5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글로벌 자본시장의 메카 뉴욕을 찾아 직접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4대 금융의 이런 적극적 움직임이 다소 씁쓸하게 다가왔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해외로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배당 확대를 통한 주가 부양이다.
4대 금융은 국내 상장주 가운데서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으로 손꼽힌다.
5월 말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6.55%에 이른다. 하나금융(69.89%), 신한금융(60.87%), 우리금융(42.59%)도 결코 낮지 않다.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900여 개 종목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기는 종목은 15개뿐이다. 이 중 3자리가 4대 금융 몫이다.
4대 금융은 지난해 실적을 놓고 3조9874억 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여기에 4대 금융의 연말 외국인 지분율을 적용하면 약 2조5천억 원 가량이 배당금으로 해외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금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시대 자금 이동은 더없이 자유롭고 투자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4대 금융의 배당 확대 역시 잘못된 일이 아니다.
상장사의 배당 확대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금융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배당 확대에 딴지를 거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배당 확대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번 돈이 배당을 통해 해외로 나가느냐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9조8천억 원 가량을 현금배당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조 원 이상이 매년 해외로 빠져 나갔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각각 3조 원과 2조 원 가량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들을 통해 2조 원 넘는 돈이 외국인 투자자 품에 안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기에 비판적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가 그만큼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반면 4대 금융은 철저히 내수시장에 실적을 기대고 있고 국내사업 중심은 여전히 은행이다.
4대 금융은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지만 칭찬은 없었다. 오히려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은행은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산업으로 여겨진다.
고금리시대 안정적 이자사업으로 번 조 단위 돈을 해외 큰손들에게 배당으로 내준다는 점,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면 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다가온 것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몇 년 사이 4대 금융도 장기적 안목으로 해외사업 강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성과를 바라고 조급하게 진행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4대 금융의 해외사업을 응원한다. 4대 금융의 기분 좋은 밸류업을 위해서는 해외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