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상장 재촉할 새 변수 등장, 최태원 '조 단위 재산분할' 판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아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비즈니스포스트]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에 ‘세기의 이혼’ 판결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 단위의 재산분할을 위해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SK에코플랜트 상장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4일 코스피 시세 상황을 살펴보면 SK그룹 상장계열사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주가가 크게 올라 있다.

SK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6만6100원으로 전날(17만8800원)보다 7.1% 하락했지만 여전히 5월 마지막주보다 높은 수준이다. SK 주가는 5월29일 14만4700원과 비교해 14.8% 올랐다.

비상장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 역시 마찬가지다. 장외시장에서 5월30일 5만6900원에 거래되던 SK에코플랜트 주식은 4일 5만8200원까지 연일 오름세를 이어갔다.

SK에코플랜트는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 투자자들에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SK건설 시절 상장을 추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는 만큼 상장을 향한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달 24일에는 약점으로 꼽히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E&S의 재무부문장(CFO)을 지낸 김형근 사장이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장동현 부회장, 채준식 부사장 등 그룹 출신 재무전문가들과 함께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SK그룹을 향한 시장 눈높이가 높아지는 분위기는 상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5월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의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과장 사이 이혼소송 2심 선고가 나오면서 SK그룹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노력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SK그룹 계열사 주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최 회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오자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과 같은 SK그룹 차원의 주가 부양 노력, 최 회장의 현금 확보를 위한 배당 성향 강화 등을 기대하는 시장의 투자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규모는 여태까지 알려진 국내 이혼소송 가운데 최대 수준이며 1심 판결의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과 비교하면 최 회장의 부담은 매우 커졌다.

최 회장이 2003년에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뻔한 트라우마에 가까운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산분할 과정에서도 경영권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려면 노 관장에게 SK 그룹의 지분을 주기보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현금으로 재산분할을 마무리해야 한다. 최 회장으로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 다급해진 셈이다.

최 회장이 현금을 마련하는 데는 보유 중인 SK 등 지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리하다. 주식담보대출의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데다 이미 노 전 관장과는 오래전부터 별거하고 있는 만큼 지분 가치가 더 오른다고 해서 분할 대상 재산을 산정할 때 반영되지 않는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SK 지분 17.73%로 현재 가치는 2조17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주식담보대출은 대출 한도가 전일 종가 기준 40~70% 수준인 데다 최 회장은 이미 SK 지분의 57.8%는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어 추가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최 회장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놓고 SK그룹의 지배력과 관계가 없는 SK실트론 등 지분의 매각과 함께 비상장 회사의 상장이 거론된다. 계열사 상장은 SK 지분의 가치 증대와 함께 그룹 내 현금 확보 효과를 함께 노릴 수 있다.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해 SKE&S, SK머티리얼즈, SK시그넷 등 비상장 회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SK는 SK에코플랜트 지분 41.8%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을 통해 상당한 자금 유입 또는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법정 다툼은 한동안 계속 SK 그룹의 주가를 자극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이혼소송은 통상적 이혼소송과 달리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규모가 큰 데다 SK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사안인 만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 2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상고심이 법률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의 금액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최 회장이 거액의 재산분할을 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 회장은 3일 사내 포털망에 ‘구성원에 전하는 편지’를 통해 “우리 그룹의 성장은 비정상적 자금 지원이나 특혜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수많은 구성원의 패기와 지성, 노력과 헌신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며 “그룹과 구성원의 명예를 위해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상고심에서 반드시 곡해된 진실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