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DL이앤씨·HJ중공업 새만금공항 수주전, 활주로 길이가 승부 가르나

▲ 전북의 꿈인 새만금국제공항 건립공사 수주전에 현대건설, DL이앤씨, HJ중공업이 도전장을 냈다. 사진은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라북도의 숙원사업인 새만금국제공항 건립공사 수주전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 HJ중공업이 승부를 겨룬다. 

새만금공항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고 공사를 시작하려면 주한미군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안정적인 공공공사에 목마른 건설사들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업이다.

최근 새만금공항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대형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활주로 길이를 다르게 제안해 수주전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은 이날부터 31일까지 2일 동안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의 설계심의를 진행한다. 

2022년 국토부가 고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새만금공항은 2058년 기준 전북지역 전체 항공여객 수요 105만 명과 화물 8천 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군산시 옥서면 일대에 건설된다. 사업비는 8077억원이 투입된다.

이번에 발주된 공사는 항공기 이동 공간인 ‘에어사이드’ 관련 공사로 5100억 원 규모다. 187만㎡ 규모 부지 조성과 활주로, 계류장, 관제탑 등을 지을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며 설계점수 70%, 가격점수 30%를 반영한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025년 초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공사기간이 5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한미군과 협상이 원만히 이뤄져야 공사가 시작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새만금공항은 미군기지 안에 있는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된다. 전투기 이착륙 때 진입표면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군산공항 일대의 높이가 60m로 제한돼 있다.

국토부 기본계획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과 군산공항의 통합 관제를 위해 관제탑이 양 공항 중앙에 건설되는데 관제탑과 기존 군산공항의 이착륙 경로가 겹친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미군과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현대건설, DL이앤씨, HJ중공업이 각각 팀을 꾸려 수주전에 나섰다. 대규모 공공공사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고 사업성도 담보돼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DL이앤씨로 파악된다.

DL이앤씨는 현재 울릉도공항을 짓는 있는 공항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건설사인데다 30여 년 동안 새만금 프로젝트를 수행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컨소시엄 지분도 다른 경쟁사보다 높다는 데서 사업수행 의지가 읽힌다.

DL이앤씨는 50%의 지분으로 한라(20%), 원탑종합건설·동경건설(각각 8%), DL건설·부강건설(각각 7%)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반면 현대건설은 35% 지분을 지니고 금호건설(16%), 쌍용건설(14%), 영진종합건설·신흥건설·동화이앤씨·삼부종합건설·한백종합건설·합동건설·계성건설(각각 5%)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HJ중공업은 35%의 지분율로 대우건설(20%), 코오롱글로벌·KCC건설(각각 10%), 경우크린텍·신성건설·군장종합건설·삼화건설사·은송(각각 5%)과 팀을 구성했다. 

설계평가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활주로 길이다. 국토부 기본계획에서 활주로 길이는 2500m로 설정됐으나 3천m 이상 활주로를 제안한 곳이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3천m 이상 활주로를 제안했고 HJ중공업은 기본계획에 맞춘 제안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에 동남아와 중국, 일본 노선을 고려한 목적으로 동북아 접근성 향상에 초점을 뒀다. 중형(C급) 항공기 기종을 위한 활주로 길이를 채택한 것이다.
 
현대건설·DL이앤씨·HJ중공업 새만금공항 수주전, 활주로 길이가 승부 가르나

▲ 새만금 복합물류체계. <전북연구원>


하지만 새만금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대형 항공기(E급)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길이가 필요할 수 있단 말이 나온다.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는 LS그룹, SK온, LG화학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2차전지 기업 70여 곳이 밀집해 있다. 미국과 유럽의 2차전지 관련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장거리 물류 운송으로 새만금공항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차전지 주요 3대 수출처는 미국(47.3%), 독일(13.7%), 베트남(5.7%) 등으로 조사됐다. 최소 9천km 이상의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가 다닐 활주로의 필요성이 떠오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분류방식에 따르면 비행기는 주륜 외곽의 폭, 날개 폭 등을 기준으로 A~F로 등급이 나눠진다. A급은 훈련용 비행기나 크기가 작은 경비행기, B급은 50석 미만의 소형항공기고 여객기는 C~F 등급이다. 

저비용 항공사에서 주로 운용하는 보잉737(C급)은 활주로 2천m가 필요하고 400인승 이상의 보잉747(E급)은 최소 활주로 길이가 2800m 이상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전지 업계도 활주로 길이가 길어져 대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은 2019년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목록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B/C(비용편익비율)이 기준선인 1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0.479로 나왔으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다.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새만금국제금융공사 심의부터 국토부는 심의과정을 입찰참여자 대상으로 생중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심의위원이 심의내용을 부담 없이 질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심의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