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공기업을 거쳐 국책은행에 현물출자를 하는 것을 놓고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2022~2023년 산업은행에 1조 원, 수출입은행에 2023년 2조 원의 현물출자를 진행했다”며 “2024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2조 원의 현물출자를 산업은행에 한 데 이어 수출입은행에도 2조 원의 현물출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양경숙 “수출입은행에 대한 토지주택공사의 2조 현물출자는 위법”

▲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경숙 의원실>


그러면서 “국책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 현물출자를 한다는 명분으로 공공기관을 동원한 왜곡된 형태와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국가재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를 가장 많이 한 한국전력(한전)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상황이 좋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 의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현물출자는 한국전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현물출자가 가장 많다”며 “(그러나) 한전은 부채 200 조원에 이자만 1조5천억 원에 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부채가 80조 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책은행 BIS 비율 하락에 대한 공기업 지분 출자라는 연명책은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러다 국책은행이나 국가적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민영화하거나 외국에 헐값으로 팔아먹는 사태가 재발할 것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국책은행에 대한 현물출자를 두고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도 내놨다.

양 의원은 “정부는 국가재정법 제53조 2항의 ‘국가가 현물로 출자하는 경우와 외국차관을 도입해 전대(轉貸)하는 경우에는 이를 세입세출예산 외로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대규모 현물출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는 현물출자를 세입세출예산 외로 처리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악용해 국가재정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국가재정법 53조2항은 예산총계주의 원칙(모든 수입과 지출은 세입·세출로 예산에 계상하는 총계예산이어야 한다는 원칙)의 예외 조항으로 국회의 재정 감독을 용이하게 하자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런데 보관금이나 일시차입금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외 처리를 공공기관 현물출자를 통한 국책은행 자본금 확충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 됐다는 것이 양 의원의 주장이다.

기재부가 현물출자에 대해 국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바라봤다.

양 의원은 “기재부가 2025년에는 9년 만에 현금 1조원을 수출입은행 출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2024년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토지주택공사를 통한 현물출자 2조 원도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열리면 기재부의 현물출자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22대 국회가 국책은행의 자금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국가재정 농단의 실체를 밝혀내고 책임도 추궁을 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한국재정정책연구원 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