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부품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협상에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데다 갤럭시노트7 사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인수합병에 차질이 빚어지면 입지를 확보하는 데 고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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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전장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사업으로 점찍은 전장부품에서 빠르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금액이 최대 3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 엑소르의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며 인수논의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와 피아트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수개월째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양측이 제시한 지분의 인수가격 차이가 큰데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수습에 전력을 투입해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그네티마렐리가 다양한 업체들과 인수협상을 진행하는데다 독자생존으로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도 나와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업체들이 접촉하고 있다”며 “매각을 철회하고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그네티마렐리는 최근 애플과 구글 등 전기차 개발을 진행하는 IT기업과 협력논의를 진행했다. 협상이 진전될 경우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협상이 결렬되면 삼성전자에 엎친데 덮친격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지원정책이 빠르게 확대되며 세계 전장부품기업들의 성장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일반 자동차보다 전장부품 탑재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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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네티마렐리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있는 전장부품업체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인수가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장부품시장은 성장이 기대돼 전자업체들에게 돌파구로 꼽힌다. LG전자와 소니도 전장부품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사업으로 적기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성장동력 마련에 고전해 지속성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넷은 “점점 많은 전자업체들이 자동차 관련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인수합병 등 공격적 전략을 미룬다면 크게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