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에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그룹 재무를 책임져 온 인사들이 한 데 모였다.

앞서 장 부회장과 함께 부임한 채준식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에 이어 김형근 신임 대표이사가 합류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의 숙원과 같은 상장 업무를 매조지하기 위한 진용을 구축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동현 사단'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상장 향한 마지막 고리 역할 해낼까

▲ 김형근 신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 SK에코플랜트 > 


24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자진 사임하고 고문으로 물러나는 가운데 김형근 SKE&S 재무부문장(CFO)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로 결정됐다.

SK에코플랜트를 대한민국 대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박 사장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물러나게 된 것은 기업공개 막차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4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부채가 10조957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2월과 비교해 4.5%(약 4710억 원) 증가한 것이다. 부채총계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8%포인트 증가한 245%로 나타났다.

유동자산에 유동부채를 나눠 구하는 유동비율도 68.4%로 낮았다. 유동비율은 최소 100%를 넘어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까지 남은 골든타임은 약 2년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7월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4년이라는 기업공개 시간제한을 조건으로 걸었다.

2026년 7월까지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가 무산되고 최대 주주인 SK가 매도 청구권마저 행사하지 않는다면 CPS 투자자들의 배당률은 첫해에는 5%가 된 뒤 매년 3%포인트씩 올라간다. 유상증자 규모가 6천억 원인점을 고려하면 배당금의 규모는 첫 해 300억 원으로 시작한 뒤 매해 180억 원씩 증가한다.

김 내정자는 SK그룹 재무를 관장해온 재무1실장 출신으로 그룹 내 재무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SK에코플랜트에는 이미 재무 전문가인 장동현 부회장과 함께 SK의 마지막 재무1실장인 채준식 부사장이 배치됐다. 이미 재무전문가가 충분히 포진한 상황임에도 김 내정자가 더해져 경영진의 재무역량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정기 인사철도 아닌 5월에 김 내정자가 SK에코플랜트에 새로 배치된 데에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를 향한 장 부회장의 강한 의지와 김 내정자를 향한 굳은 신뢰의 방증으로 판단된다.

김 내정자와 장 부회장은 그룹 재무업무 등을 고리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장동현 사단'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상장 향한 마지막 고리 역할 해낼까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


김 내정자는 장 부회장과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을 통해 입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부회장이 처음 대표이사를 맡은 2017년 SK그룹 정기인사에서 김 내정자가 재무1실장으로 임명됐다. SK그룹의 재무1실은 2022년 재무부문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재무 및 기획·운영 등을 책임졌다.

김 내정자는 재무1실장으로서 당시 사장이던 장 부회장을 보필하며 SK가 사업형 지주회사에서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2019년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SK에어가스(지금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1년 정도 최고경영자(CEO)로서 경험도 쌓았다. 이후 2020년 정기인사에서 SK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으로 임명돼 다시 장 부회장 밑에서 기업가치 기반 경영 체계 수립을 위해 일했다.

장 부회장이 2023년 3월 SKE&S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할 때는 김 내정자가 함께 SKE&S의 사내이사로 옮기기도 했다.

다만 김 내정자가 장 부회장과 인연에만 기대 SK에코플랜트에 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이미 SK그룹 계열사 이곳저곳을 오고 가며 재무전문가로서 능력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재무부문장을 맡고 있는 SKE&S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연결기준으로 176%였던 SKE&S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143%로 줄었다. 특히 5조3313억 원 규모이던 유동부채를 4조461억 원까지 약 24% 낮춘 것이 눈길을 끌었다.

유동자산이 5조3280억 원에서 4조3814억 원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5246억 원 규모이던 재고자산을 3138억 원까지 줄이는 등 내실화에 힘썼다.

김 내정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 시절 경영 능력도 증명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내정자가 사장을 맡은 2020년 한 해 동안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2020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1758억 원, 영업이익 580억 원, 순이익 473억 원이었다. 이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2019년 대비 11.7%, 2.0%, 37.2% 오른 것이다.

김 내정자는 대표이사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재무 전문가로서의 장점을 살려 자산 규모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도 성공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262억 원 규모였던 유동자산 규모는 김 내정자가 사장을 맡은 2020년 497억 원으로 늘었다. 비유동자산 규모도 4643억 원에서 7545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