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보급형 전기차 '시걸'로 유럽 두드려, EU 규제 논의에도 의지 강력

▲ 중국 BYD가 내년부터 유럽시장에서 보급형 전기차 '시걸'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사진은 BYD가 전시한 시걸 시제품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가 1만 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보급형 전기차 ‘시걸(Seagull)’ 등 주력 차종을 유럽시장에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판매 성과로 이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향한 규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BYD는 유럽 내 생산공장 구축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며 시장 공략 의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 “중국 기업의 중저가 전기차가 유럽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BYD의 시장 진출은 더욱 강력한 공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BYD는 최근 내수시장에서 1만 달러(약 1364만 원) 미만의 가격부터 판매되는 시걸을 내년에 유럽 국가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유럽시장에 맞춰 사양을 변경하고 수입 관세를 적용하더라도 2만 유로(약 2964만 원) 미만의 판매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정해졌다.

블룸버그는 “시걸의 유럽 판매가격은 스텔란티스와 르노 등의 보급형 전기차와 비교해 수천 유로 가량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경쟁 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의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BYD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유럽 내 자동차 기업들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두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르면 7월부터 추가 관세 부과 등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의 이러한 대응이 BYD의 시장 진출 의지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BYD가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 이미 2곳의 전기차 생산공장 신설 계획을 논의하며 수입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미국과 같이 중국산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와 관련 부품, 기술 등에 수입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다수의 유럽 자동차 기업이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BMW와 폴크스바겐의 최고 경영진은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이 자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최근 실적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해당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의 발에 대고 총을 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토마스 섀퍼 폴크스바겐 CEO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자동차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5월 초 자동차 업계 경영진과 간담회에서 “BYD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기업이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한다면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규제 방안을 두고 이처럼 주요 회원국 및 기업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BYD의 유럽시장 진출이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일부 자동차 기업은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정면 경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보호무역이 경쟁에 중장기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중국 경쟁사에 완전히 내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