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이동통신 3위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KT가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늘리는 경영전략으로 '역풍'을 맞을 태세다.
마케팅 비용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비용까지 줄이는 등 이동통신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까지 떨어져 자칫 3위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84년 국내 최초 이동통신 사업자로 진출해 40년 간 한국 대표 통신 기업으로 자리해온 KT는 1994년 선경(현 SK)에 이동통신 사업을 매각한 뒤 2위 이동통신 사업자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 1997년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LG유플러스(구 LG텔레콤)에조차 밀려 국내 이동통신 꼴찌 사업자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KT가 발표한 올해 1 분기 보고서를 보면 KT는 1분기 매출 6조6546억원, 영업이익 50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4.2% 증가한 것으로 비교적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마케팅·연구개발비 등 비용을 강력히 통제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한 것은 클라우드와 기업인터넷·데이터 등 기업간(B2B) 사업이 개선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사적 비용절감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KT는 올 1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6206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0.9% 감소하고 직전 분기에 비해선 3.7% 줄어든 수치다.
이는 올 1분기 마케팅 비용이 2.3% 증가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1% 감소한 LG유플러스와 대조적이다.
KT는 1분기 연구개발비도 줄였다. 회사는 1분기 R&D에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약 571억 원을 사용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연구개발비는 각각 901억 원, 3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21.3% 각각 증가했다.
김영섭 대표는 과거 LG CNS를 이끌었던 시절에도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강력히 추진해 실적을 개선했던 경험이 있는데, KT에도 같은 방식의 경영방침을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6조3870억 원, 영업이익 1조64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9%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통신 사업 정체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선임된
김영섭 KT 대표는 통신 사업 정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부진 등에 따라 경영 상태를 호전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강력한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감소와 함께 KT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KT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1346만6816명으로 2월보다 9521명 줄어들었다. 이 기간 통신3사 가운데 가입자가 줄어든 곳은 KT가 유일하다.
더욱이 KT의 이동통신 가입자 감소 추세는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2022년 12월 1374만6715명이었던 KT 휴대폰 가입자는 1년3개월 만에 27만9899명이 감소했다.
▲ KT와 LG유플러스의 휴대폰 이동통신 가입자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
3위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이동통신 가입자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KT와 LG유플러스 이동통신 가입자 차이는 251만7709명으로, 역대 최소 수준까지 좁혀졌다.
게다가 ‘가입자 기반 단말장치’와 ‘사물인터넷(IoT)’까지 합산해서 계산하면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KT보다 149만1180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물론 사물인터넷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이동통신 대비 5% 수준으로 저렴한 만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 측면에서 KT가 오랫동안 지켜온 이동통신 2위 사업자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연구개발비까지 줄이는 것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중장기 경영 안정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KT는 성장보다 이익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로 비용 통제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