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문경 고속철도 시대 열린다, '조선의 동맥' 영남대로 입지 찾을까

▲ 충주-문경 고속철도가 조선의 동맥이었던 영남대로의 입지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부내륙선 문경역 개통이 올해 10월 예정됨에 따라 판교에서 충주, 문경을 한 번에 연결하는 고속철도 시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넘어가는 조령 구간은 조선시대 때 영남대로라고 불리며 동래(부산)와 한양(서울)을 최단으로 잇는 핵심 루트로 명성을 떨쳤다.

영남대로 도상에 위치한 지역들은 일제강점기 경부선이 추풍령을 넘어가게 되면서 쇠락을 맞았으나 이번 고속철도 연결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문경 이남 구간 개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중부내륙선 문경역의 무사고 적기 개통을 위해 막바지 점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철도공단 충청본부는 9일부터 25일까지 관내 151개 공사 현장 안전 점검을 진행하면서 2024년도 개통이 예정된 중부내륙선(충주~문경) 구간에는 철도시설물 안전상태 점검뿐만 아니라 관계자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중부내륙선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역과 경상북도 문경시를 연결하기 위해 계획된 철도 노선으로 경부선, 중앙선에 이은 대한민국 제3의 종관 노선이다. 수도권 접근성이 아쉽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2023년 12월 신분당선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까지 연장 운행이 결정되면서 다소 나아졌다.

이에 더해 2차 구간인 충주~문경 구간이 개통된다면 조령을 넘어 충주와 문경, 멀리는 상주까지 통하게 돼 조선시대 이래로 끊어졌던 영남대로의 명맥 또한 다시 살아난다.

조령은 철도를 만들기 쉽지 않은 지역이라 이번 노선 개통이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도 경부선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조령 대신 소백산맥을 넘는 고개 가운데 높이가 가장 낮아 철도 연결이 쉬운 추풍령(해발 400m)이 선택됐다.

해방 이후 경부고속도로 설치 과정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추풍령 노선이 선택됐으며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조령을 통해 연결되는 충주와 상주는 경제적, 사회적 위상을 상실했다.
 
충주-문경 고속철도 시대 열린다, '조선의 동맥' 영남대로 입지 찾을까

▲ 중부내륙선 사업구간 약도. <국가철도공단>

통계청에 따르면 충주의 인구수는 2021년 기준으로 21만3883명으로 같은 충청북도에 속한 청주(86만831명)의 4분의1 수준이다. 충청권 전체를 따져보면 청주 외에도 천안(29만7987명), 세종(37만6779명), 대전(146만9543명) 등이 충주보다 인구가 많다.

상주는 충주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상주시청에 따르면 현재 상주의 인구는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 9만3418명으로 일반적인 시 승격 기준(10만 명)보다 낮다.

조선시대 충주와 상주는 각각 충청도, 경상도라는 명칭의 유래가 됐을 정도로 대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충주와 상주가 조선시대 대도시로 이름이 높았던 것은 동래에서 한양을 잇는 380㎞ 길이의 영남대로에서 두 도시가 조령을 사이에 놓고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영남대로는 영남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한양으로 이동시키는 경제 통로인 동시에 한양의 문화를 지역에 전파하는 문화 통로였다.

정조 13년인 1789년 규장각에서 호구 수를 종합해 편찬한 ‘호구총수(戶口總數)’에 따르면 충주의 가구 수는 1만7809호, 인구수는 8만7331명으로 충청도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충주를 수로와 육로의 중요한 거점이자 교통의 요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고을이 한강 상류에 있어서 물길로 오가기가 편리하므로 서울의 사대부들이 예부터 여기에 많이 살았다”라며 “경상좌도에서 서울에 가려면 죽령을 거쳐 이 고을로 통하고 우도에서는 조령을 고쳐 이 고을로 통한다”라고 썼다.

경북 상주 또한 낙동강의 이름조차 상주의 다른 이름인 ‘낙양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에서 따왔을 정도로 대도시였다. 임진왜란 이전까진 경상도 감영이 설치돼 경상도 관찰사가 상주목 목사를 겸임할 정도로 경북을 넘어 경상도 제1의 도시로 꼽혔다.

호구총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상주의 가구 수는 1만8667호로 경주(1만8151호)보다 많았다. 현재 영남 지방 최대 도시인 부산(동래)은 7007호에 그쳤다.

전국을 통틀어도 상주보다 가구 수가 많은 곳은 한성(4만3929호)를 포함해 평양(3만1566호), 전주(2만947호), 의주(1만9996호)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구 수로 따진다면 7만497명으로 △한성 18만9153명 △평양 10만7592명 △의주 8만9970명 △충주 8만733명 △경주 7만1956명 △함흥 7만1182명에 이어 7위였다.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상주를 농업과 상업이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산이 웅장하고 들이 넓은데 북쪽으로는 조령과 가까워 충청도, 경기도와 통하고 동쪽으로는 낙동강에 접하고 있어서 김해나 동해와 통한다”라며 “물품을 실어 나르는 말과 짐을 실은 배가 남쪽과 북쪽에서 물길 또는 육지로 모여드는 것은 이곳이 무역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충주-문경 고속철도 시대 열린다, '조선의 동맥' 영남대로 입지 찾을까

▲ 수서광주선 기본계획(안) 노선도. <국가철도공단>

다만 충주와 상주가 교통의 요지로서 이점을 온전히 누리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 개통되는 범위가 충주에서 문경을 연결하는 노선뿐이라 이번 개통으로 중부내륙선에 극적인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부내륙선이 대한민국 교통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30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부내륙선과 남부내륙선을 잇는 문경~상주~김천 철도 사업은 2022년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기본·실시 설계를 시작한 뒤 2026년 착공해 2030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경기도 광주시 경기광주역을 연결하는 수서광주선 공사는 2030년 개통이 예정됐다. 수서광주선이 개통된다면 현재 운영 중인 판교~여주선을 이용해 수서역과 부발역 사이 기차 운행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설계와 입찰을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롯데건설을 수서광주선 실시설계적격자로 확정했다. 롯데건설이 2025년 상반기까지 실시계획을 완성한 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공사가 시작된다.

개통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30년에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경상남도 거제까지 한 번에 오고 갈 수 있는 종단 간선철도망이 구축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