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결함의 대응으로 불거진  국내 소비자 차별논란을 진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국내 소비자 차별논란의 뿌리가 깊어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쉽게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12일 국내에서 판매된 세타2 엔진 탑재 차량의 엔진 보증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내수차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추가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현대차, 뿌리깊은 '국내 소비자 차별' 논란 씻어낼 수 있나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한국소비자원은 19일까지 세타2 엔진에 대한 소비자의 의혹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현대기아차에 요청했는데 현대기아차는 이 기한보다 일주일이나 앞서 엔진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에서도 미국 판매차량과 같은 수준으로 엔진 보증기간을 연장하면서 발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내수차별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세타2 엔진결함에 대한 현대차의 초기 대응은 국내 소비자들이 지니고 있는 현대차의 내수차별 인식을 더욱 깊게 마음에 새기도록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장착된 YF쏘나타 중 일부를 리콜했지만 미국 공장의 청결도 때문에 발생한 엔진결함이기 때문에 국내판매 차량은 리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보증기간을 늘리는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에서 보증기간을 늘리면서 내수차별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황급히 국내 소비자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11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드벤스드 프로그램이나 블루멤버스 서비스 등을 통해 해외고객보다 더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항변했는데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현대차로서는 그만큼 내수판매 차별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반감이 높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9월29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세타2 엔진리콜 서명운동에 참여한 소비자 수가 이미 2천 명을 넘어섰다. 또 소비자 개인이 교통안전공단에 세타2 엔진결함 관련 리콜을 요청한 건수도 20건에 이른다.

현기아차는 그동안 성능이나 제작과정에서 내수용과 해외용 차량 사이의 차별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지닌 현대차의 내수차별 인식은 뿌리깊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리콜한 차량을 한국에서는 리콜하지 않거나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진전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이전에 비일비재했다.

현대차는 2013년형 싼타페 누수논란이 일자 미국에서는 문제 차량을 새 차로 교환해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무상수리와 보증기간을 5년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싼타페에서 누수 외에 다른 결함이 드러났고 미국 관련 법령에 따라 새 차로 교환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차별적 리콜시행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북미에서 52차례 리콜을 실시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에서 동일한 문제로 리콜한 경우는 24건에 불과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과 국내에서 시행 중인 보증기간과 판매조건 등 고객 서비스도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에서 ‘10년 10만 마일(약 16만 km)’ 무상보증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지만 국내판매 차량의 무상보증 기간은 ‘5년 10만 km’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200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객이 구매한 차량을 반납할 수 있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올해 9월에서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타2 엔진결함 논란으로 또다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수차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내수부진이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어 이번만큼은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