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 리비안 루시드 불안감, 테슬라 존재감 다시 부각

▲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고금리와 수요 둔화에 직면해 퇴출 위기를 겪으면서 테슬라 등 상위 업체들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테슬라의 충전설비에서 GMC 허머EV(왼쪽부터)와 포드 머스탱 마하-E, 리비안 R1T 그리고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충전하는 모습.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대표적 후발 전기차 전문기업인 리비안과 루시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를 보이면서 향후 사업 전망을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리비안과 루시드는 테슬라처럼 순수전기차(BEV)로 규모의 경제를 아직 이루지 못한 데다 기존 완성차업체처럼 하이브리드 같은 대안과 가지지 못해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는 것이다.

15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에 따라 리비안과 루시드의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CNBC는 리비안과 루시드의 1분기 실적 악화를 다룬 기사를 통해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리비안과 루시드는 2024년 1분기를 포함해 여러 분기에 걸친 연속 순손실을 본 여파로 이미 투자 받은 현금을 소진하며 버티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리비안은 미국 조지아주에 신설하려던 전기차 공장을 연기했으며 루시드 또한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해 ‘오일 머니’로 근근이 운영되는 형편이다.

전기차 분야는 배터리 기술발전과 각국의 친환경 산업 지원 시기가 맞물려 최근 수년간 여러 신생 기업들이 도전했다.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적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원활했던 점도 후발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진입을 활성화했던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생산 비용이 크게 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며 일부 후발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에 직면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피스커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파산 위기에 내몰린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NBC는 나스닥 상장기업인 리비안과 루시드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수익 창출 방안을 강조한 것을 놓고 “파산하지 않아야 이러한 노력이 의미가 있다”며 후발 전기차 업체들의 경영 악화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리비안 루시드 불안감, 테슬라 존재감 다시 부각

▲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제조해 유럽으로 수출될 테슬라 모델3 차량들이 2020년 10월19일 와이가오차오(Waigaoqiao) 항구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비안과 루시드 같은 후발 업체는 물론 전기차 세계 1위 기업인 테슬라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나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테슬라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거대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전기차 업황 악화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수차례 인하하며 BYD와 같은 기업과 경쟁에 맞불을 놓을 수 있었던 점 또한 '규모의 경제'를 갖춘 테슬라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받았던 후발 전기차 업체들은 기존 완성차업체처럼 하이브리드차나 내연기관차 같은 대안이 없어 전기차 수요 둔화시기를 버틸 여력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설비를 이유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기차만 만드는 후발기업들로서는 기존 완성차업체처럼 내연기관차 생산을 늘리는 등 전기차 둔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투자전문지 벤징가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모두 만드는 포드와 GM이 월스트리트 증권가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낸 이유로 “내연기관차 판매 증대에 성공해 전기차 수요 둔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테슬라도 전기차만 제조한다는 점에서 약점이 있지만 주행보조 기술인 FSD와 무인택시인 ‘로보택시’에 잠재력을 보이면서 사업 다각화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포드와 GM 등 완성차기업들은 수요 둔화에 전기차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일정표를 늦추고 있어 리비안이나 루시드에 관심을 가졌던 수요가 다시 테슬라로 몰릴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IT전문지 더버지는 “리비안과 루시드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 중심으로 흐를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