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5-13 16: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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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인 지난 2021년 5월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수능만점을 받은 명문대 의대생이 교제하던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며 교제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제폭력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며 개인이 예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상황인데도 현행법 체계에서 교제폭력을 명확히 규정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구체적 법령이 없다는 것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교제폭력에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21대 국회 임기가 3주가량밖에 남지 않아 폐기될 공산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교제폭력 특별법은 2012년 출범한 19대 국회때부터 꾸준히 발의돼 왔으나 법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사회적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으며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교체폭력을 제어할 구체적 법령이 마련되지 못하는 사이 교제폭력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는 2020년 8951명에서 2023년 1만3939명으로 3년 사이 1.5배 정도 늘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교제살인 피해자 수는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138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이별 통보 하려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어머니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뒤 2개월 만에 다시 일어난 의대생의 연인 교제살인은 피의자가 수능만점을 받은 명문대 의대생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법률 전문가들은 교제폭력 예방을 위한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교제폭력이 강력사건으로 커지지 않도록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교제폭력을 다루는 별도의 법이 없어 개별적 폭행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을 새로 만들든, 기존 법을 개정하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의 제·개정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존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가정폭력의 개념에 교제폭력을 포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뉴시스에 “별도 법을 만들면 스토킹범죄인지 가정 내 폭력인지 등 다른 법률과의 관계 문제가 발생해 현장에서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친밀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통합 규제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엔 현재 교제폭력 처벌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교제폭력 범죄 관련 양형기준이 없어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일반 폭력 피의자로 다뤄진다.
또 현재 교제폭력 처리를 위해 주로 적용되는 형법상 폭행과 협박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한계로 지적된다.
가해자를 형사입건 한다 한들 피해자의 법적 보호나 사후 관리를 위한 근거 조항이 구체적으로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제폭력 관련 법 제정 주장의 근거로는 과거 가정폭력처벌법(2015년)과 스토킹처벌법(2021년) 제정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가정폭력과 스토킹은 기존에는 개인사로 치부되던 사회문제였으나 범죄화되며 법령으로 규정돼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교제폭력 관련 법을 새로 제정하게 되더라도 모호한 개념과 자의적 적용을 방지하는 일은 선행과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엄벌주의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다만 처벌 강화보단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교제폭력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서혜진 변호사는 “과잉입법 우려보다 더 중요한 건 피해자 보호”라며 “안전의 문제로 접근해 피해자 보호 차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