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친명(친이재명)계 후보군이 정리되면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자가 제22대 국회의장에 바짝 다가섰다.

추 당선자는 조정식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데 이어 또 다른 친명계 후보인 정성호 의원은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민주당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은 추 당선자와 우원신 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교통정리로 추미애 국회의장 눈앞, ‘민주적 경선’ 실종 비판도 커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자가 1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모습.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갈무리>


이처럼 ‘추미애 국회의장’론이 강하게 부는 배경에는 21대 국회와 달리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만들어 한다는 지지층의 여론이 강하게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 주류인 ‘친명계’ 중진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국회의장 경선의 민주적 원칙이 퇴색되고 ‘명심’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자는 1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와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놓고 논의가 있었다는 점을 공개했다.

추 당선자는 “이 대표와 미리미리 여러 차례 깊이 (의장 선출 관련) 얘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가) 이번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있는 국회의장 선거가 있겠느냐,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저한테 분명히 다른 후보한테는 그렇게 (말을) 안 했다 그런다”며 ‘명심’(이재명 대표 마음)이 자신에게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출마 의사를 밝혔던 6선의 친명계 조정식 의원은 단일화를 명분으로, 5선의 정성호 의원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12일 각각 후보직을 물러났다.
 
‘친명계’ 교통정리로 추미애 국회의장 눈앞, ‘민주적 경선’ 실종 비판도 커져

추미애 당선자(왼쪽)와 조정식 의원이 12일 후보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의원은 추 당선자와 직접 만난 뒤 후보 단일화를 한 이유로 "추 당선자가 최다선이면서 연장자인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22대 총선을 통해 6선 의원이 됐지만 추 당선자가 1958년 생으로 조 의원(1963년)보다 5살 많다.

정성호 의원은 추 당선자와 조 의원이 만나기 전 스스로 국회의장 후보를 사퇴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당선자와 친명계 후보들이 단 하루 사이에 교통정리를 이룬 점을 들어 '명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5일과 6일 조정식, 정성호 의원을 잇달아 만나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친명 성향이 강한 자신이 원내사령탑이 된 상황에서 국회의장 후보들마저 친명 일색인 점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 당선자는 박 원내대표의 ‘물밑 조율설’에 관해 “박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기보다는 제 짐작으로는 다른 후보를 도왔던 분들과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자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실 며칠 전 박찬대 원내대표와 만나 길게 이야기를 좀 나눠봤다”며 "박 원내대표는 '나도 친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국회의장까지 친명 일색이면 되겠냐'라는 논리를 댔다“고 밝혔다.

현재 당원들의 지지나 여론, 친명계 초선 의원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추 당선자가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과 관련해 “추 당선자는 아무래도 4년 간 의정활동에 공백이 있어서 국회의원들 사이의 친분으로는 우 의원이 강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총선 이후 당내 분위기는 정부여당을 향한 강한 ‘공세’로 기울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명성이 강한 추 당선자에게 당내 여론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장 경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이 대표나 당 지도부의 의중이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두고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자유로운 의사를 통해 국회의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장 국회의장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힌 우원식 의원도 친명계 후보들과 추 당선자의 교통정리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추 당선자가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맡고 조정식 의원이 후반기에 의장에 나서기로 ‘밀약’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친명계’ 교통정리로 추미애 국회의장 눈앞, ‘민주적 경선’ 실종 비판도 커져

추미애 당선자(왼쪽)와 우원식 의원. <연합뉴스>


우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후보들 간 단일화를 하니까 그런 추측(밀약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친명 성향이 아닌 인물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 당선자가 우 의원을 상대로 압도적 표 차이를 기록한다면 경선이 아니라 사실상 ‘추대’로 비춰질 수 있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미 박 원내대표를 뽑을 때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스스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경선이 아닌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또 만일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연임 의사를 밝힌다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을 치르기 보다는 '추대' 분위기가 형성될 공산이 크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장 경선에 당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전례도 없이 국회의장 선거에 당 대표나 원내지도부가 개입을 하는 게 (민주당이) ‘친명 일색’임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다 ‘친문(친문재인)’이었지만 그래도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했다”고 꼬집었다.

박수현 당선자도 “물론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지만 이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장) 문제”라며 “국회의장까지도 친명 일색이면 되겠냐는 논리로 ‘정리’를 했다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썩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