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이 맞서야 하는 '구조조정 전선'이 넓어졌다.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한진해운에서까지 자구책이 성공해야 한진그룹의 미래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해운업황과 항공업황을 타고 넘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진그룹은 지난 해 12월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때 이미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이미 이를 반영했다. 이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인수해도 외부에서 추가 자금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예상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인사회에서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해운의 자구책과 관련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며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진그룹도 올 해 상반기 중으로 자구안 대부분을 마쳐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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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은 올해 구조조정을 통해 3조5,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지난 해 채권단으로부터 3,000억원, 대한항공으로부터 1,000억 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 올 해는 대한항공으로부터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받을 계획을 갖고 있다. 또 4월까지 벌크선 사업부문을 분리해 사모투자전문회사 한앤컴퍼니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한앤컴퍼니가 3,000억 원으로 한진해운의 합작법인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타 비영업용 자산 매각까지 포함한 자구안의 전체 규모는 1조9,745억 원이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확보 규모는 3조5,000억 원이다. 자산 매각 중 가장 큰 부분은 S-Oil 지분매각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에너지는 S-Oil의 지분 28.41%를 가지고 있다. 6일 S-Oil 주가 67,000원 기준 2조1,429억원 규모다. S-Oil의 나세르 알 마하셔 대표는 대주주 아람코가 한진에너지의 지분을 매입할 것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분매각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1분기 안으로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한항공은 지난 해 매각을 예고한 항공기 13대 중 1대인 B747-400 화물기를 지난 달 28일 팔았다. 올해 항공기를 3대 더 매각할 예정이다. 13대를 모두 매각했을 때 확보되는 자금은 2,500억원이다. 여기에 율도 비축유 기지 등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면 총 1조4,000억원을 얻게 된다.


대한항공은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2015년까지 부채비율을 800%에서 400%대까지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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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의 구조조정 전선이 넓어졌다. 대한항공에 한진해운 구조조정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같은 한진의 자산매각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자산매각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진행돼 한진그룹 미래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Oil 지분매각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4월 2조1,600억원에 S-Oil 지분을 인수했고, 6년 동안 7,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았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 자금줄을 포기하는 셈이다. 구조조정의 강도를 짐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한항공의 순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한진해운이 정리하는 벌크선 사업부문도 마찬가지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경기에 상관없이 고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벌크선 사업 정리로 한진해운 회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한진그룹 처지에서 보면 ‘사치’에 가깝다. 당장의 ‘생존’을 해결한 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자구책이 ‘외부 환경’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빛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자구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항공업황과 해운업황이 더욱 악화되면 한진해운은 더 짙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조 회장이 “시장 변화를 예측해 해결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가지라”고 강력히 주문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업계의 올해 전망은 밝다.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따라서 여객 및 화물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조 회장이 "올 해 대한항공은 지난해보다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이런 스포츠 행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제트유가 하락도 큰 호재다. 대한항공의 운항원가 가운데 무려 37%가 유류비다. 제트유가가 떨어지면 대한항공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다.


하지만 해운업의 불황은 한진그룹의 발목을 여전히 잡을 수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물동량 증가세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해운조사회사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되는 상황이 2015년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노선의 운임 하락, 미주행 물동량 감소 등 한진해운의 수익성을 악화될 요인만 지속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한진해운의 손실은 대한항공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지분을 35% 정도 보유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항공의 주가와 경영에 끼칠 한진해운의 악영향이 상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