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5-09 16: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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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폴드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 <구글 딥마인드>
[비즈니스포스트] ‘알파고’ 개발사로 유명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인공지능(AI) 기업 딥마인드가 신약 개발용 AI 모델 ‘알파폴드’의 최신 버전 알파폴드3를 선보여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폴드3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생물학적 분자 구조와 분자 간 결합 구조도 예측할 수 있어 효과적인 항암제 개발이 기대된다.
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한범 선임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단백질은 신약 개발의 시작점이지 끝은 아니다. 단백질이 무언가와 상호작용해야 우리 질병을 연구하고 신약개발도 가능하다”며 “알파폴드3는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어 훨씬 진보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가 7일(현지시각) 공개한 알파폴드3는 기존 버전들이 제공하던 인체 내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DNA, RNA 등 모든 생물학적 분자 형태와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가진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알파폴드3가 기존보다 효과적인 항암제의 개발을 가능케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만으로는 신약의 치료 기전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없지만 알파폴드3를 활용하면 분자 간 결합구조와 상호작용 방식까지 예측할 수 있어서다.
인체에 신약이 적용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분자 간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자들은 알파폴드3를 활용해 클릭 몇 번만으로 DNA, RNA 등 분자의 결합구조를 변형해 가며 새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다.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을 할 때는 단백질 구조 예측만 해서는 안되고 단백질과 유기분자의 결합을 봐야 한다. 알파폴드3는 다양한 단백질과 유기분자의 결합을 예측할 수 있게 해 효과적인 신약 개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AI신약개발업체 노보렉스의 손우성 대표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알파폴드3는 신약 개발에서 답안지라고 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큰 혁신이다. 이 결합 구조 예측으로 효과적인 항암제 개발을 가속화 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딥마인드는 알파폴드3의 예측도가 기존보다 50% 이상, 특정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도는 두 배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정확한 예측으로 항암제 개발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 <블룸버그TV 화면 갈무리>
딥마인드는 구글에 인수되기 전 영국에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AI 프로그램 개발 기업이다.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는 미리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는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스스로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세워졌다.
구글은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고 2014년 4억 달러(약 4800만 원)에 인수해 사명을 ‘딥마인드’로 변경했다.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수년 안에 AI가 처음 설계한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알파폴드3 발표는 구글 딥마인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AI 신약 개발 기업은 구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신약 개발은 4~7년 걸리는 신약 개발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시장 규모도 2027년 약 5조 원 달성을 바라볼 만큼 전망이 밝아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엔비디아는 지난 1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생성형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9월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AI ‘에보디프’를, 메타는 2022년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단백질 구조예측 프로그램 ‘ESM폴드’를 공개했다.
그러나 단백질 구조 예측 AI 플랫폼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의 경쟁력은 더욱 돋보인다.
다만 기존보다 효과적인 항암제가 시중에 나오기 위해선 알파폴드3의 출시를 시작으로 이를 활용한 신약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가시화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파폴드3 활용 항암제가 출시되면 이후엔 큰 파급력을 나타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KIST 박한범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알파폴드3는 지금 당장은 제한적이지만 이를 활용한 신약이 실제 나오고 파급력을 지니게 되면 그 때야 가치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