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 기업들이 최근 신작의 장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흥행작 베끼기 경쟁을 끝내고 새 장르에서 이용자를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서로 베끼기만 하다 다 죽는다’, 게임업계 MMORPG서 새 장르로 활로 모색

▲ 넥슨의 신작 개발조직 민트로켓 팀은 2023년 출시작 '데이브 더 다이버' 성공에 힘입어 2024년 사업본부로 승격됐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MMORPG 일색이었던 국내 게임업체들이 올해들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넥슨을 보면 2023년 해양탐험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성공을 거둔 뒤 해당 게임을 만든 신작게임 개발조직 '민트로켓' 팀은 사업본부로 승격했고, 메인 디렉터인 황재호 PD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민트로켓은 앞으로도 넥슨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에 뛰어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사업본부는 2024년 현재 트레이딩카드게임(TCG)과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개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TCG는 카드를 갖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대와 대전하는 게임이며 RTS는 실시간으로 경쟁자와 승부를 겨루는 모의전쟁게임을 말한다. 둘 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르다.

지난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을 출시해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네오위즈 역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서로 베끼기만 하다 다 죽는다’, 게임업계 MMORPG서 새 장르로 활로 모색

▲ 'P의 거짓'을 개발한 네오위즈 라운드8스튜디오가 이번에는 스토리 중심의 신작게임 개발에 도전한다.


산하 스튜디오인 라운드8이 국내 게임업계의 약한고리로 불리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이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스타개발자 진승호 디렉터와 이상균 디렉터를 영입했는데 개발 착수 전부터 업계 관계자들과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진승호 디렉터는 회색도시, 검은방, 배리즈스타로 알려진 스타개발자다. 

이상균 디렉터는 판타지소설 하얀로냐프강 작가 출신으로 게임업계에 합류해 마비노기영웅전의 초기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이와 같은 게임기업들의 노력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가 모바일 MMORPG 베끼기 개발에만 집중해 국내외 이용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른바 '리니지' 베끼기 열풍이 과열되면서 지난해에는 원작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와 여러 국내 개발사 사이에 소송전이 잇따르기도 했다.
 
‘서로 베끼기만 하다 다 죽는다’, 게임업계 MMORPG서 새 장르로 활로 모색

▲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이사가 4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장르의 게임이 양산되면서 현재 리니지 시리즈는 물론 모방작들의 매출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리니지 본가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 원을 내 2022년보다 매출이 31% 줄었다.

국내에서 더 이상 참신한 게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 빈자리는 해외 게임들이 채워가고 있다.

앱마켓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3일 구글 앱스토어 매출순위 10위권 가운데 4개 게임을 외국(중국) 게임이 차지했다.

이렇게 되자 국내 게임업계 내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이사는 4월26일 신작 액션어드벤처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게임 시장과 이용자, 개발자들 모두가 현 상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작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 리니지를 베끼면 가뿐하게 연간 1천억 원은 벌 텐데 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느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과거 전 세계 바나나 농가들이 캐번디시 종 하나만 키우다가 전염병이 돌아 망했듯이 한국 게임업계도 모바일 MMORPG만 만들다가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