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지출을 더욱 늘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요청대로 재정확장정책을 실시하는 대신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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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 부총리는 8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재정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며 “지금도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하면서 재정적자를 고민하고 있어 더욱 화끈한 재정정책을 실행할 여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2017년 본예산도 확장적으로 계획했으며 부분적이지만 10조 원 규모의 재정보강계획도 발표했다”며 “지금의 국내 재정정책은 이미 확장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국내외 인사들이 정부의 재정지출을 더욱 늘려 경기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7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은 재정정책을 펼칠 여력이 있지만 통화정책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는데 유 부총리는 “이 총재에게 그 발언에 대해 직접 물어보면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가 연 1.25%인 점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여력이 이론적으로 아직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한 셈인데 이전에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은행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말해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의 급증 등을 감안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데 유 부총리가 금리인하를 거론한 것이다.
유 부총리가 올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로 정부의 재정정책을 뒷받침해 달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6일 10조 원 규모의 재정보강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실물지표가 매달 오르내리면서 경기회복세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줄어 감소로 돌아섰는데 8월 광공업생산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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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보강계획은 ‘재원 돌려막기’에 불과해 실효성이 적은 데다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힘들다”며 “정부에서 통화정책을 함께 확장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대안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가 폴리시믹스(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에서 엇갈린 시각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경제수장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나타낸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한진해운발 물류대란과 가계부채의 폭증 등 경제가 비상이 걸린 상황인데 정부가 경제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