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 이후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 이후 무거워진 어깨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삼성물산은 총수 일가가 경영에 복귀한데다 주주환원 강화 흐름으로 실적 부담감이 더 커지면서 건설 부문을 향한 역할 기대감도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에서는 전날 발표된 삼성물산 1분기 실적을 놓고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은경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레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부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며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상향했다.
삼성물산의 사업 부문 가운데 1분기 실적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건설부문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7960억 원, 영업이익 7120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11.1% 증가했다.
건설부문은 1분기에 매출 5조5840억 원, 영업이익 3370억 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15.4%가 늘었다.
삼성물산 전체 실적에서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의 실적이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의 증가를 이끈 셈이다.
다른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을 보면 상사부문은 매출이 19.4% 줄어든 2조9060억 원, 영업이익은 14.1% 감소한 850억 원을 냈다. 패션부문도 매출은 1.7% 감소한 5170억 원, 영업이익은 5.3% 줄어든 540억 원을 거뒀다.
올해 삼성물산의 연간 실적에서 건설부문의 중요성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경영 방침을 놓고 “건설 부문은 지난해의 수주 호조를 기반의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겠다”며 “상사 부문은 안정적 수익성, 패션 부문은 브랜드 상품력 제고, 리조트 부문은 개선된 실적 유지 지속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이끌고 있는 오 사장으로서는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물산의 올해 경영 성적은 이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총수 일가인
이서현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5년여 만에 경영공백을 깨고 삼성물산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과거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을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이 사장의 작품으로 꼽히는 에잇세컨즈 등 브랜드의 부진으로 패션 부분이 2015년, 2016년에 영업손실을 내 경영자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 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전공인 패션부문에 국한하지 않고 서로 이질적인 데다 특별한 경험도 없는 건설, 상사 등 삼성물산의 모든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이번에는 패션부문만이 아닌 삼성물산 전체의 성적으로 경영자로서 역량을 평가받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삼성물산 실적의 절반 가량이 건설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부문의 호실적이 이 사장에게 가장 절실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주환원 강화에 비교적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실적 부담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뒷받침하려면 그만큼 영업이익도 받쳐줘야 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실적을 놓고 “밸류업 정책효과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 실적 기조의 완성 국면”이라며 “본업의 안정적 이익 증가는 투자자에게 환원할 배당 여력을 높인다”고 바라봤다.
건설업계는 불황이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관련 시설 등 하이테크 사업 수주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 수주를 강화한다는 오 사장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실적 전망과 관련해 “1분기 신규 수주 2조4천억 원 가운데 하이테크 수주가 1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 하이테크 수주 목표 8조 원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수익성 높은 하이테크 수주뿐 아니라 1분기에만 수소화합물 발전소 인프라 1천억 원 수주도 달성했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2023년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달성해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룰’을 깨고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