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총리 인준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주 의원의 국무총리 임명에 동의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자 ‘주호영 총리설’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진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의원은 정치권에서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주 의원이 ‘비윤(비윤석열계)’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란 점을 들어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있다.
박지원 민주당 해남·완도·진도 당선자는 25일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국무총리설에 관해 “(국무총리) 인준은 민주당이 하기 때문에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분을 하는 게 좋은데 주호영 카드도 참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 외에도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주 의원 국무총리 지명 가능성을 놓고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여야의 ‘협치’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는데 주 의원이 합리적이라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 의원을 두고 “유연하시고 정치력도 있으시고 굉장히 원만하신 분”이라며 국무총리 후보로 적합하다고 추켜세웠다.
정 의원 외에도 민주당 원내대표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 채상병 수사외압 특검법안 재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주 의원이 국무총리로서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 평가했다.
이처럼 야권에서 주 의원의 높이 평가하는 배경에는 그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을 맡아 야당과 협상을 하면서 보였던 정치력과 온건한 성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YTN24에서 “(주 의원은) 강경할 때는 강경한 분인데 싸우는 과정에 있어서 항상 선을 지켰고 당파성에 치우친 자극적인 발언을 하신 적이 없다”며 “민주당은 비서실장에 야당과 소통이 부적절한 분을 임명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주 의원이라면) 야당과 소통이 가능한 분이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 의원은 국회 불교도 의원 모임 '정각회'의 명예회장으로 야권 정치인들과의 관계도 넓고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국무총리 후보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야권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면서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후보를 고심해야 하는 윤 대통령 관점에서 ‘주호영 국무총리’는 고려해 볼만한 카드로 여겨진다.
주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면서 TK(대구·경북) 정치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 의원은 이번 총선으로 6선 고지에 올라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이다.
만일 주 의원이 국무총리가 된다면 보수정권에서는 김영삼 정부 당시 임명돼 1997년 물러난 이수성 전 총리 이후 27년 만에 대구·경북 출신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주 의원은 경북 울진 출신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대구와 경북에서 보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대패한 뒤 윤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인사를 중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핵심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주 의원이 비윤계로 평가된다는 점은 윤 대통령이 실제로 총리에 지명할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다수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던 대통령 비서실장에 ‘친윤(친윤석열)’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게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윤 성향의 인사가 대표나 원내대표를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까지 비윤 인사를 임명하기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주 의원을 밀고 있는 진짜 배경에는 '박영선 총리설'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영훈 전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YTN24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 총리 기용을 반대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박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국정 공동책임이 가시화 돼 부담이 있는 것”이라며 “여당 내 온건한 인물을 거명하면서 이런 정도라면 우리가 총리 임명 동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게 훨씬 더 정치적으로 노련한 대안”이라고 바라봤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국무총리 인선 시점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에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22일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 임명을 발표하면서 "후임 총리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1960년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태어나 대구 능인고등학교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3년까지 판사로 일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구을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주 의원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돼 6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