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수성한 현대차그룹이 경쟁업체와 달리 꾸준히 지속한 전기차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테슬라와 양강체제 구축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는 여전히 압도적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기차 시장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관련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 완공 시기를 내년에서 올해로 앞당기고,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는 등 공격적 시장 확대에 나서며 테슬라와 미국 전기차 '양강체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19일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올 1분기 미국에서 모두 2만2936대의 전기차를 팔아 8.5% 점유율로 판매 2위에 올랐다.
1위는 51.3% 점유율을 기록한 테슬라(14만187대)가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포드(2만223대)가 7.4%로 3위, GM(쉐보레·캐딜락·GMC·브라이트드롭, 1만6425대)이 6.1%로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위 테슬라 55.1%, 2위 현대차그룹 7.9%, 3위 GM 6.4%, 4위 포드 6.1% 순이었다, 2023년과 비교해 올해 1분기 GM과 포드가 순위를 맞바꾼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은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테슬라 역시 올 1분기에도 절반 넘는 점유율로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3.3% 뒷걸음쳤다. 지난해 초 62%였던 점유율도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1분기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6% 늘었지만, 작년 4분기보다는 7.3%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기차 수요 감소가 관측되는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잇달아 전기차 신차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테슬라의 압도적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2025년엔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 수는 현재 54개 차종에서 2025년 159개 차종으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미국 빅3 업체로 불리는 포드와 GM은 전기차 투자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포드는 올 1분기 판매량을 무려 86.1%나 늘리며 GM을 제치고 3위 자릴 꿰찼지만, 정작 이를 놓고 회사 측은 "기존에 달성하려던 목표에 훨씬 못미쳤고, 그나마도 가격을 일부 인하한 뒤 나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포드는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과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블루오벌 시티'에서 생산할 3열 SUV 전기차와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출시 시점을 당초 내년에서 각각 2027년, 2026년으로 연기했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고려해 미국 내 120억 달러(약 16조5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GM도 지난해 10월 올해 중순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최근 이를 철회했다. 혼다와 함께 추진해온 50억 달러(약 6조9천억 원) 규모의 보급형 소형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도 전면 취소했다. 미시간주에 있는 전기 트럭 공장 가동 시점도 2025년으로 예정보다 1년 늦췄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계획한 전기차 관련 투자를 그대로 추진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행사에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를 묻자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와는 반대로 이르면 올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완공한다. 당초 이 공장은 내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려 한다"며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1대당 7500달러(약 1천만 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2022년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됐다. 이에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은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HMGMA의 생산능력은 연간 30만 대로, 이 공장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의 6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한다.
시장분석업체 아이씨카즈의 칼 브라우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걸림돌은 미국 전기차 생산 부족"이라며 "올해 미국 공장이 가동되면 다시 한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존 업체들을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대중화 모델도 현지에 출시한다.
기아는 연내 소형 전기 SUV 'EV3'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출시 가격은 니로 EV보다도 1만 달러가량 낮은 약 3만 달러(약 4천만 원)로 잡고 있다. 출시를 앞두고 현지 시제품 테스트도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포드, GM, 폭스바겐, 리비안 등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EV)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아가 올해 3만 달러 안팎의 EV3를 출시할 수 있다면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는 2만5천 달러부터 시작하는 소형 전기 픽업트럭과 SUV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저가 전기차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첫 모델은 2026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안도 시작 가격이 4만5천 달러 수준인 보급형 모델 R2를 공개했지만, 이 역시 출시 시점은 2026년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