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뜬다’, 두산 SK는 중국에 에코프로는 미국에 집중

▲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급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 가까이에 다다르면서 전기차 폐배터리가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급성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이 해외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보급돼 폐배터리 확보에 유리한 중국 시장을 비롯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미국 시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두산리사이클솔루션과 SK에코플랜트는 중국 시장을, 에코프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기차 폐배터리는 2030년 31만 톤에서 2040년 302만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299억 달러(약 40조 원)에서 2030년 536억 달러(약 73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두산리사이클솔루션과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중국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지난해 7월 두산에너빌리티 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로 설립된 후, 올해 3월29일 중국 1위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기업인 CNGR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회사는 CNGR로부터 폐배터리를 공급받아 2025년 구축 예정인 대구국가산업단지 공장에서 연간 약 3000톤 규모의 원료를 처리해 리튬은 회수하고, 남은 원료를 CNGR에 제공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2월 중국 합작법인 지사이클과 장쑤성에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1공장을 준공했다. 내년 2공장까지 준공해 연간 총 4천 톤의 ‘블랙매스'(폐배터리를 파쇄해 만든 검은 가루)를 생산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중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배터리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9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BNE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 1400만 대 가운데 970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전기차가 본격 판매되고 배터리 평균 수명인 10년 가까이 되면서 중국에서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기준으로 원료 확보 거점을 만들고 있다”며 “재활용 원료 공급처는 비밀 유지 협약에 따라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폐배터리 시장을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산 폐배터리를 국내로 가져다 만든 블랙파우더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원재료를 생산하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 원재료를 미국 시장에 수출할 경우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70조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뜬다’, 두산 SK는 중국에 에코프로는 미국에 집중

▲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과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따라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은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 규모가 중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BNE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90만 대로 중국(970만 대)의 19.5% 수준이다. 그만큼 앞으로 나올 폐배터리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 시장은 IRA 세제 혜택과 함께 미국 정부의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보조금 지원이 있어 기업들이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2월 미국 배터리 재활용 업체 서바솔루션즈와 MOU 체결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북미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회사는 서바솔루션즈가 가진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폐배터리 원료를 확보하고, 현지 배터리 원재료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회사는 미국에서 재활용을 통해 확보한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를 활용해 현지서 양극재를 생산, 북미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3월28일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위해 6200만 달러(855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재활용에 참여하는 기업에 총 40억 달러(5조5천억 원)의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