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부회장이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본업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본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서는 허 부회장이 올해는 신사업 투자에 힘을 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 부회장은 2019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GS리테일은 수년 전부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투자와 인수를 진행했다. 대표적 기업이 쿠캣, 메쉬코리아, 요기요, 펫프렌즈 등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1조6125억 원, 영업이익 3940억 원을 기록했다. 본업인 편의점 사업이 성장하면서 2022년보다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9.4%가 증가했다. 하지만 신사업 성과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신사업 실적을 포괄하는 공통 및 기타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634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 1180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줄었지만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대표적으로 푸드 커머스업체 쿠캣은 2022년 GS리테일이 인수한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
배달 플랫폼 시장을 키우기 위해 508억 원을 투자 했던 메쉬코리아(부릉)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GS리테일은 메쉬코리아 투자금을 전액 상각한 상태다.
GS리테일이 2021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요기요는 쿠팡이츠에게도 업계 2위 자리를 내줬다.
허 부회장은 올해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본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GS25는 편의점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CU와 매출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허 부회장 입장에서는 신사업에만 힘을 쏟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 GS리테일은 본업인 편의점과 슈퍼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GS리테일 슈퍼부문 GS더프레시 매장. < GS리테일 >
특히 GS25는 해외진출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GS25는 2018년 1월 베트남에 글로벌 첫 매장을 낸지 만 6년 만에 점포 수가 20배 증가했다. GS25 해외매장 수는 518개다.
GS25는 2025년 해외 1000호점을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S25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과 몽골 지역 추가 출점도 계획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브랜드(PB) 상품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PB상품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GS25는 최근 점보라면 시리즈 4탄을 출시하고 자체베이커리브랜드 브레디크골든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PB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슈퍼마켓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신선식품을 주력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지만 신선식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려는 고객이 많다.
GS더프레시는 365일 할인행사 ‘채소더싸게’를 진행하고 있다.
GS더프레시에 따르면 3월 채소더싸게 할인행사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5.9% 증가했다.
행사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GS더프레시 전체 채소 카테고리 매출과 구매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GS더프레시 채소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구매객 수도 13.7% 증가했다. 고객들이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마트 대신 가까운 기업형 슈퍼마켓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GS더프레시는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식품을 판매해 매장 방문객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더프레시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신선식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매장 방문객 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위치한 기업형 수퍼마켓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소포장 상품·신도시 출점 확대 전략으로 4인 이하 가족과 젊은 소비자 유입도 늘었다.
GS더프레시는 매장 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GS더프레시 매장 수는 2019년 319개에서 지난해 438개까지 늘었다. GS더프레시 매장 수는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에서 가맹사업을 계속해 온 경험을 살려 GS더프레시에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상호보완적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1~2인 가구는 GS25, 3~4인 가구는 GS더프레시를 이용하게끔 만들어 모든 가구를 아우를 수 있는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