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금배지가 뜬다] 삼성 출신 고동진, 반도체 지원 포함 입법 기대받아

고동진 국민의힘 후보(앞줄 왼쪽 두번째부터)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2024년 1월31일 경기도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 실물이 부착된 판넬에 사인한 뒤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맨 왼쪽)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 갤럭시 성공신화’의 주역인 고동진 국민의힘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여당의 기업정책 수립에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고 당선인은 총선 1호 공약부터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반도체산업발전특별법)’을 내세우며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만큼, 삼성전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참패한 만큼, 고동진 당선인이 발의하는 반도체 법안이 국회에서 수월하게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여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병에 출마한 고 후보는 11일 새벽 '청와대 마지막 대변인'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꺽고, 66.29%의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고 당선인은 1984년 삼성전자 개발관리과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주요 보직을 거쳐 삼성전자 모바일(IM) 부문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삼성전자 무선개발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국회 입성은 삼성전자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1호 공약으로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반도체산업발전특별법)’을 내걸며,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은 경기 남부 권역인 수원·성남·용인·화성·평택 등을 ‘반도체 메가시티’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와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반도체 메가시티가 조성되면 정부의 민간투자 유치액 622조 원을 비롯해 단일 정책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메가시티 안에서는 공장 인허가 기준이 대폭 완화되고 행정 처리 기간도 크게 단축된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반도체 설비 관련 투자에 한시적으로 15%의 세액공제 혜택만 부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2027년까지 약 75조 원,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약 62조 원, 일본이 반도체 투자에 40%가 넘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 한참 미흡한 수준이다.
 
[기업인 금배지가 뜬다] 삼성 출신 고동진, 반도체 지원 포함 입법 기대받아

▲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설비투자에 최대 15%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연장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K칩스법은 올해 말 일몰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설비투자를 한 만큼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야당은 반도체 공장 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신재생에너지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국내 반도체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경제계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속세·법인세 완화 법안이나,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도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고 당선인이 재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입법에 적용하기에는 썩 좋은 환경은 아닌 셈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은 여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여야간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이 되었다”며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여당이)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