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 수익성 지표가 지난해 크게 개선되면서 애플페이 도입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카드업계 우려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하는 최대 이유로 부진한 수익성이 꼽혔던 만큼 애플페이 추가 도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의 수익성 지표가 지난해 크게 개선됐다. 사진은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광고 문구. <연합뉴스> |
8일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카드는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이 2.39%로 상위 2위에 올랐다.
총자산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줘 수익성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로 여겨진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카드의 총자산이익률이 지난해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가장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2022년과 비교한 총자산이익률 상승폭은 현대카드가 2.17%포인트로 가장 컸다.
롯데카드가 1.82%포인트, 삼성카드가 0.68%포인트, 신한카드가 0.33%포인트, 하나카드가 0.02%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BC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는 총자신이익률이 하락했다.
애플페이 도입부터 이어진 수수료 논란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 탓에 현대카드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수수료 논란은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 지난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지급하는 애플페이 수수료율은 공개된 적 없으나 업계에서는 0.1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수수료율로 알려진 0.03%의 5배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지난해 수익성 지표만 놓고 보면 애플페이 도입이 수익성 부진을 이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을 늘리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수익성 개선에 따라 다른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애플페이 도입의 최대 걸림돌로는 수익성 문제가 꼽혔다. 가맹점 수수료가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애플페이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남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 한 소비자가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2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여러 카드사의 추가 도입 가능성이 나왔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현대카드만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지속해서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 카드사 확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드소비자 가운데 25.4%는 애플페이에 가장 추가됐으면 하는 요소로 ‘카드사 추가’를 선택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은) 단순히 수익성 문제는 아니다”며 “고객층 확보, 고객 편의성 제공 등의 이유로 결국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고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미만으로 낮다는 점은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미온적 이유로 꼽힌다.
아직까지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관련해서는 확인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여부는 계속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