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양호한 상반기 실적을 내놓았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6월 취임 후 우리은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민영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부실대출비율은 여전히 높아 민영화 과정에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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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
3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193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나 증가한 것이다.
이번 실적은 민영화 관련 법인세 환입효과(6043억 원)와 대손비용 감소의 덕분이 크다.
주력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순영업수익 2조3348억 원, 당기순이익은 5263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2013년 4월 카드부문 분사 등으로 순영업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2억 원 줄었다. 그러나 대손비용 감소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402억 원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대손비용이 과거에 비해 큰 폭 감소했는데 이는 수년간에 걸친 기업구조조정 지원의 성과가 가시화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 이순우, 우리은행 경쟁력 높여
업계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지난해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후 민영화를 대비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평가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신규수익원 창출과 고객관리 강화에 주력해 왔다. 이 회장이 스마트금융에 집중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차세대 금융서비스 담당부서를 스마트금융사업단으로 격상했다. 올해 스마트폰 신용대출, 스마트폰 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차세대 금융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얼마 전에 국내 최초로 모바일앱 통장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5월 말 기준으로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가 731만 명을 기록했으며 스마트뱅킹 고객도 469만 명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올해 5월 기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을 통해 8조6천억 원 규모의 상품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천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이 회장은 미래 수익원 발굴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해외 영업점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64개 해외점포는 올해 1분기 6954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44만 달러(116.6%)나 급증한 것이다.
6월 말 기준 우리은행 총자산은 273조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약 3조 원 늘었다.
◆ 여전히 발목잡는 부실대출
그러나 부실채권 비중이 높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고정이하여신이 전체 채권의 2.99%에 이르렀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3~4년간 조선·해운·건설 관련 기업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부실채권비율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아졌다"며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한 부실채권을 최대한 털어내 자산 건전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을 전체 채권의 2.7%로 낮췄다. 이어 6월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2.51%까지 내렸다.
그러나 부실채권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1%대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인다.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이점을 들어 인수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조 원으로 추산되는 인수가격에 6조 원이 넘는 대기업 부실대출금액을 합치면 실질적으로 인수에 9조 원 이상이 든다는 주장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 매각은 부실 대기업 여신 때문에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