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대부분 변동금리인 만큼 2022년 이후 기준금리 급등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 조절로 가계대출 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도 따라붙는다.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여겨지고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시선이 변동금리 쪽으로 더 많이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국내 예금은행에서 새로 취급한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상품은 65.6%를 차지했다.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1년 전보다 4.2%포인트, 1월보다 0.3%포인트 줄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 비중 확대에 더욱 힘을 실었지만 오히려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고정금리 상품은 변동금리와 달리 기준금리 변화가 대출자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국내은행 자체 고정금리(주기형) 상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8%대에 그친다.
이에 금감원은 전날 은행 주담대 가운데 자체 고정금리 상품(순수고정, 주기형)이 30%에 이르도록 행정 지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은행권이 단기간에 30% 기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향후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 고정금리 정책상품인 보금자리론 수요 추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올해 들어 2월까지 1조365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시기 4조1367억 원보다 66.9% 가량 줄었다.
▲ 금감원은 3일 은행 주담대 가운데 은행 자체 고정금리 상품(순수고정, 주기형)이 30%에 이르도록 행정지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보금자리론 수요가 절반 이상 줄어든 데는 지난해보다 까다로워진 조건도 있지만 높은 금리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3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아낌e-보금자리론’ 기준 4.2~4.5%였다. 반면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같은 달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주담대(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금리 평균은 3.94~4.06%로 크게 낮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융소비자들이 고정금리 상품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 변동금리 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2월 기준 3.62%로 3달 연속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정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 은행권 제도개선 TF를 통해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대부분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TF는 당시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와 고정금리 확대시 주택신용보증 출연요율 우대 확대,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변동위험 회피를 돕는 ‘스왑뱅크’ 설립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대다수가 여전히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장 고정금리 비중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주기형 상품 위주로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비중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