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삼성전자 파운드리 추월' 재차 강조, 고객사 윤곽은 아직 불투명

▲ 팻 겔싱어 인텔 CEO가 투자자 행사에서 파운드리 2위 기업에 등극하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외부 고객사 수주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넘고 세계 2위에 오르기 위해 외부 고객사 수주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외한 대형 고객사의 윤곽은 뚜렷하지 않아 이러한 목표를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로 분석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현지시각으로 2일 투자자 세미나를 통해 “2030년 이전에 파운드리 2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는 이런 과정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 전환을 이뤄내고 수익성을 끌어올려 4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영업손실 규모가 2021년 51억 달러, 2022년 52억 달러에서 2023년 70억 달러까지 갈수록 커진 만큼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그는 2024년에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된다며 예고하며 올해도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개발 및 생산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도체 파운드리 특성상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인텔이 실제 성과를 내려면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겔싱어는 현재 인텔 파운드리가 150억 달러(약 20조2천억 원)에 이르는 외부 고객사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주력 공정인 18A(1.8나노) 기술로 확보한 고객이 5곳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외에 약 50종의 반도체가 18A 공정으로 시범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인텔이 꾸준한 수주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전한 셈이다.

그러나 인텔은 이미 협력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 이외에 다른 고객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인텔 파운드리 활용 사실을 밝히기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현재 2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큰 폭의 적자가 이어져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고객사 윤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텔이 실제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이미 퀄컴과 엔비디아, AMD, 구글 등 대형 고객사와 파운드리 협력 관계를 갖추고 있으며 수주 경쟁에 핵심인 미세공정 기술력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인텔은 18A 공정이 성능과 단가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파운드리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외부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한 경험이 거의 없는 인텔이 18A 공정 반도체의 성능이나 발열,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초반에 부정적 반응을 얻는다면 추가 수주 확보는 더 어려워진다.

겔싱어는 “인텔 파운드리는 업계에서 확실히 주목을 받고 있다”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확실한 비전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2일 인텔 주가는 투자자 세미나 이후 장외시장에서 4% 이상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인텔 파운드리의 장기 비전보다 큰 폭의 적자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