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4년 1분기 반도체 흑자전환과 함께 인공지능(AI) 스마트폰 효과가 더해지며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의 구조적 성장과 더불어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실적까지 개선되는, 이른바 슈퍼사이클(호황기)이 다시 찾아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급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흑자전환에 AI폰 효과, 1분기 '깜짝 실적' 강도에 쏠리는 눈

▲ 삼성전자가 2024년 1분기 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 추정치를 5조7천억 원까지 제시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살펴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72조6636억 원, 영업이익은 5조1971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3년 1분기보다 매출은 13.99%, 영업이익은 711.82% 상승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오는 5일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몇몇 증권사들은 1분기 실적 추정치를 기존보다 높게 제시하면서 목표주가도 덩달아 올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일 삼성전자가 1분기 5조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9만1천 원에서 10만7천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현대차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9천 원에서 9만5천 원으로 높여잡았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7천억 원으로 제시했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추정치를 상향하는 것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SK증권은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6%, 28% 올랐을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감산 기조로 출하량은 줄어들었지만, 가격은 급반등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가운데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시스템LSI사업은 1분기에도 여전히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주력인 D램 사업이 회복되면서 DS(반도체) 사업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1조 원 이상을 거두며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2조1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올해 1월 출시한 AI폰 '갤럭시S24' 출시 효과로 1분기에만 4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은 주요 고객사 비수기 영향과 중국 내 판매 감소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D램과 스마트폰 사업 호조가 1분기 삼성전자의 감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김광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이익 개선은 메모리 실적 반등과 MX사업부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효과에 기인한다”며 “당초 메모리 업계의 가동률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급 악화 가능성을 고려, 하반기 가격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해왔으나 예상 대비 우호적 수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흑자전환에 AI폰 효과, 1분기 '깜짝 실적' 강도에 쏠리는 눈

▲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술 사용 예시. <삼성전자>


그동안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적정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HBM과 파운드리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6월 12단 HBM3E를 양산해, 9월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4분기에는 파운드리사업부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하반기 2세대 3나노(SF3P) 미세 공정을 본격 가동하고,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최근 마케팅을 담당할 파운드리사업부 사업개발팀장으로 송태중 상무를 임명하는 ‘핀셋 인사’까지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3~4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슈퍼사이클(호황기)이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것처럼 무기력했던 거인이 드디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며 “비메모리가 여전히 실적과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긴 하나, 이마저도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선 만큼, 향후 반도체 수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2일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 수출 규제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는 14나노, 메모리반도체는 18나노 이하가 포함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