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가 자국에서 영업 중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자국 경영인 고용, 합작 생산 의무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인도 정부가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다른 국가 기업들과는 구별되는 차별적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와 비즈니스투데이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모디 정부는 샤오미와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영업 지속을 위한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 정부가 현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
인도 정부는 먼저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현지 지사의 경영진으로 인도인을 고용하는 것을 요구했다. 샤오미 인도 법인은 인도인 관리자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포와 비보 등은 아직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 인도 정부는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비보는 오는 4월부터 뉴델리, 펀자브, 하리아나에 있는 중국 대리점을 취소하고 인도인 판매점을 설립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현지 기업과 합작 생산시설을 설립할 것을 요구했고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딕슨과 카본 등 인도 전자 기업과 합작 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중국 당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린민왕 푸단대학교 남아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인도 정부가 중국 기업을 탄압하려는 목적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200만 대다.
인도는 중국(약 2억8천만 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고가 폰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겐 더욱 중용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인도의 5G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2022년 32%에서 2023년 52%로 급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3년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중국 비보 18%, 샤오미 17%, 리얼미 12%, 오포 12% 등의 순이다.
▲ 인도 구르가온 삼성 모바일 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체험하고 있는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 줄곧 인도 시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해왔으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샤오미에 밀려 2위로 내려 앉았다. 이후 지난해에 점유율 1%포인트 차이로 6년 만에 간신히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2월 인도에 출시한 데 이어 3월엔 5종의 중저가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1위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회사는 3월4일 갤럭시F15를 시작으로, 9일 갤럭시M14(5G), 11일 갤럭시M15와 갤럭시A35·A55 등 중저가폰을 인도에 잇달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출시됐다.
인도와 중국은 2020년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의 국경 분쟁 이후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인도는 이 사건 이후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각종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2년 조세 포탈 혐의로 샤오미 인도 법인에 65억3천만 루피(약 1050억 원)를 추징했고, 이듬해 6월에는 불법 해외송금 혐의로 샤오미에 555억 루피(약 8920억 원)를 징수했다.
2023년 12월에는 인도 금융범죄수사국이 비보 인도 법인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고위 임원 3명을 자금세탁 혐의로 체포한 뒤 며칠 만에 석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