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국회의원 총선거에 앞서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명분으로 5G 3만 원대 요금제 출시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인상 등 통신 업계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신업계는 마케팅 비용 부담 가중 등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서슬 퍼런 압력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총선 앞서 정부 거센 통신비 인하 압박, 업계 수익 악화에도 '울며 겨자 먹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통신업계 대표 간담회 뒤 퇴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요 통신업계 대표를 만나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등 통신 3사 대표와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이 참석했다.

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간담회에 뒤이은 백브리핑에서 “통신 3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전환지원금 확대를 요청했고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통신 3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서로 협의를 통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전환지원금 액수와 지원 방안은 개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키로 했다.

반 심의관은 “구체적인 전환지원금 액수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처음에는 20~30만 원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40만 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신 업체들의 고객 끌어들이기 경쟁이 치열해지면 처음에는 프리미엄 단말기와 고가요금제에 지원되는 전환지원금이 도미노처럼 중저가 휴대전화와 중간요금제로도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통신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공시지원금 확대와 중간요금제 확대,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 소비자들의 통신 비용부담을 절감할 다양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서 삼성전자는 중저가 휴대전화의 조기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통신 업계는 비용절감보다는 정부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선 방침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3일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련 고시를 제정해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구매하면서 번호이동을 하면 단말기 공시지원금에 더해 추가로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50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3만~13만 원 수준에서 전환지원금을 책정했다. 전환지원금 경쟁에 나서기에는 비용부담이 지나치게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앞서 정부 거센 통신비 인하 압박, 업계 수익 악화에도 '울며 겨자 먹기'

▲ 통신 3사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로고.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번호이동이 25% 증가하고 전환지원금 평균값을 20만 원으로 가정하면 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용은 9.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KT가 먼저 선보였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번 달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3만 원대 5G 요금제도 통신 3사 실적에 부담이다. KT를 제외한 통신 3사의 가입자당월평균수익(ARPU)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선 통신 3사의 중저가 요금제 확대가 ARPU 하락세를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 통신3사의 이동통신 매출은 감소전환이 유력해졌다”며 “통신 3사의 평균 ARPU 하락률이 2023년 2%에서 2024년 4%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신 업계 사업이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방통위 측은 “전환지원금을 비롯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각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마련한다”며 “각 업체들은 비용 증가가 주요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