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천억 원을 들여 전용 항공기를 새로 구입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판매 비중이 85%에 이르면서 정몽구 회장 등 수뇌부의 장거리출장이 늘어난 점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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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잉737-800’ 모델을 개조해 만든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를 구입하고 현재 김포국제공항에서 시험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2월 처음으로 전용기를 구입해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737BBJ 기종이다.
새 항공기는 보조연료탱크를 별도로 장착해 기존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 동부지역까지 한 번에 운항할 수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모두 미국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
보잉사는 2012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항공 컨퍼런스 및 전시회’에서 737BBJ의 내부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때 737BBJ의 내부는 모두 맞춤으로 제작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항공기도 지난해 제작돼 1년 동안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실시했다.
737BBJ와 외관이 같은 보잉737-800기의 좌석수는 138~147석(대한항공 기준)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전용기는 총 17개의 좌석이 있다. 나머지 공간은 집무실과 회의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로 채워졌다.
현대차그룹의 새 항공기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삼성그룹이 같은 모델 737BBJ를 약 855억 원에 구입했고 추가로 인테리어 비용 3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합치면 1천억 원이 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에 구입한 737BBJ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기존 항공기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상의 이유도 있지만 중고가격 등을 감안하면 6년차에 전용기를 교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년간 전용기를 알차게 활용했다. 현대차가 미국 등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전용기를 꼽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용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현지경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등 유럽 4개국의 해외사업장을 순회했는데 여기에 걸린 기간은 3박5일이었다. 그 기간 안에 업무보고를 받고 현지 주재원과 만찬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용기 덕분이었다.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면 8~9일은 걸리는 일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 업무용 비행기는 오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위해서 회사 경영층 임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기 외에도 헬리콥터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전용기를 보유한 국내기업은 현대차 외에 삼성, LG, SK, 한화 등이다. 삼성은 세 대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은 각각 한 대씩 소유하고 있다. 삼성과 한화는 현대차와 같은 737BBJ를, LG와 SK는 737BBJ보다 작은 G550을 갖고 있다.
국내 그룹들이 737BBJ를 전용기로 이용하는 이유는 1996년부터 운항해 안전성이 증명된 기종이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전용기(747기종)에 급을 맞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747기를 타니 기업은 그 아래 기종을 타는 것이 모양새가 알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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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잉사가 공개한 737BBJ 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