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OPEC은 그동안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산유량을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저유가 상황이 길어지자 결국 생산량을 축소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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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9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에서 산유량을 감산하는데 합의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OPEC 회원국들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에서 4시간 반 동안의 논의 끝에 산유량을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개 OPEC 회원국들이 현재 하루 원유 생산량인 3320만 배럴을 향후 3250만~3300만 배럴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산유량이 하루 최대 약 75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유가도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보다 2.38달러(5.33%) 오른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각각 0.56%, 5.92% 올랐다.
원유가격은 그동안 공급과잉에 따라 2014년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올해 초 20달러 대까지 폭락했다. 그래도 OPEC은 미국 셰일업체들을 고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유감산을 통한 가격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지키는 데 따른 손실이 막대하자 결국 감산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OPEC은 원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집해 수조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OPEC은 회원국들 사이에 구체적인 일일 생산량을 정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담에서 감산량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은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국가들과도 감산문제를 논의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하지만 OPEC이 잠정합의한 감산결정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국은 2월에도 생산량을 동결하자는 합의를 봤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합의에 동참하지 않아 무산됐다.
또 산유국들의 감산정책에 따라 유가가 오를 경우 미국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원유가격의 상승효과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정유화학업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9일 전일보다 8천 원(5.21%) 오른 1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쓰오일 주가도 3.87%로 상승 마감했다.
국내 건설회사들도 해외수주에 중요한 시장인 중동의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주가가 올랐다. 현대건설(3.09%)과 GS건설(3.31%), 대림산업(3.73%), 대우건설(2.22%) 등 주가가 모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