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급여만 14억 원을 받았다.
LG생활건강이 대표이사에게 상여 없이 급여만으로 보수를 지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2년까지 LG생활건강을 이끌어 온 차 전 부회장 시절 대표이사에게 상여가 지급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차 전 부회장의 개인 보수가 공개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보수 총액을 살펴보면 급여가 159억 원, 상여가 146억 원이다. 급여와 비슷하게 상여를 받았단 얘기다.
오히려 상여가 급여보다 높았던 시기도 있다.
차 전 부회장은 2016~2017년, 2020~2022년에 급여보다 더 높은 상여를 수령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상여만 21억 원을 받으며 급여 17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공채 신입사원 출신으로는 첫 여성 임원이다. 국내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된 첫 여성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타이틀을 달고 많은 기대 속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지만 이 사장은 지난해 상여를 받지 못했다. 올해 성과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임원보수규정를 기반으로 산정된 연봉을 매월 균등 분할해 지급한다.
하지만 상여는 성과인센티브 규정에 따라 성과평가를 기준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전년도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 재무성과 등 계량지표가 일부 반영된다. 회사의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정도, 리더십, 회사의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 지표까지 반영해 연봉의 0~150% 내에서 지급하게 된다.
LG생활건강 이사회에서 이 사장의 경영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단 얘기다.
실제 이 사장이 취임한 이후 LG생활건강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8048억 원, 영업이익 4870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31.5% 줄어든 규모다.
화장품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면세 및 중국 매출이 급감해서다.
올해도 이 사장이 실적을 반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LG생활건강은 프리미엄 라인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사진은 LG생활건강이 중국에 리뉴얼해 선보인 브랜드 ‘더후’의 아트 페어 인 상하이 행사. < LG생활건강 >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지난해 LG생활건강 해외 매출은 2조323억 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중국 매출이 7511억 원으로 19.6%나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서 자국 중저가 화장품 열풍이 불며 LG생활건강 '후'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식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부동산 시장위기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제품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 내 화장품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14%에서 28%로 확대됐다. 중국 MZ세대들 사이에서 중국산 화장품을 구매하는 ‘애국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디브랜드 화장품이 유행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K-화장품’ 업계가 중국에서 호황을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에서 살아남은 화장품 브랜드는 랑콤과 로레알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 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거란 얘기다.
다만, 불확실한 중국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생활건강 영업이익 예상치는 4997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6%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LG생활건강 목표는 한 자릿수 성장률”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의 미래 성장과 본질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